새 차원의 한일협력시대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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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담긴 뜻
전두환 대통령과「나까소네」(중조근강홍)일본수상은 두 차례의 양국 정상회담을 결산한 공동성명에서「새로운 차원에서의 양국간 선린우호관계 구축」을 다짐함으로써 한일관계의 새 장을 열었다.
양국정상은 이를 위한 구체적시도로 2년 내의 현안이었던 경제협력교섭을 완전 타결했을 뿐 아니라 앞으로의 협력심화를 위해 정상간 직통전화건설에 합의했다.
이와 함께 한국과 일본 이미·영·불·독일 등과 갖고있는 정책협의 수준에 상응하는 대화채널 및 외상회담의 수시 개최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이러한 일련의 약속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비만 경제협력문제의 매듭을 위해서만이 아닌, 새로운 우방관계의 출발을 위한 것이었음을 분명히 해주는 것이다.
「나까소네」수상은 기자회견을 통해『1천년의 역사를 가진 한일관계가 새로운 우호의 1천년을 향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한 전대통령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이며, 나의 방한목적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 말해 참다운 한일 우호협력을 재삼 강조했다.
「새 한일 관계정립」의 정신을 담은 공동성명은 이러한 취지아래▲한반도정세에 관한 인식의 일치▲전대통령의 평화통일정책 지지▲한국의 방위노력 평가▲정부·국회 및 민간차원에서의 국민적 교류확대▲경제협력의 완전 타결 등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관심을 모았던 안보인식문제에 대해 양국은『한반도평화와 안정유지가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긴요하다』는 종래의 인식을 재확인했다.
이러한 인식은 64년「닉슨」-「사또」공동성명의 한국조항에는 못 미치나「포드」+「미끼」의 신한국조항인 셈이다.
안보인식과 관련, 한국 측은 당초 북한의 남침위협상존 등 일본측의 적극적 인식을 담을 것을 요구했으나「나까소네」일본수상의 국내정치입장 등을 감안, 막바지 절충단계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로운 한일관계정립의 전제로 내세워졌던 경제협력문제에 있어서도 양국은「작은 것에 구애치 않는다」는 호양의 정신으로 한 걸음씩 양보한 선에서 교섭을 마무리지었다.
일본의 최종안이었던 ODA(공공개발차관) 40억 달러를 18억5천만달러로 약간 상향조정하고, 한국이 강력히 요구한 상품차관은 11억7천만 달러 규모를 ODA및 JEXIM(일본수은융자)에서 내자로 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한국은 일본의 예산 단 연도 주의에 입각, 해마다 이를 위한 실무교섭을 갖기로 했다.
양국은 한때 절충과정에서▲안보정세▲경제협력 제공방식을 놓고 상당한 이견을 보여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한일정상의 회동-새로운 한일관계의 출발」이라는 우호무드에 맞춰 결국 원만한 매듭으로 낙착된 것으로 보인다.
공동성명은 이외에도 산업기술협력의 확대를 새롭게 합의, 앞으로 양국간 실질경제협력의 주된 과제를 부여했다.
양국정상은 이밖에도 전대통령의 태평양정상회담 제안과 관련, 태평양국가간의 협력증진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같이 함으로써 태평양정상회담 실현을 위한 상호 협력의 신중한 첫 발을 내딛고 있다.
12개항에 걸친 공동성명은 결론적으로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보다 나은 양국의 미래를 지향한다는 양국정상의 정치적 의지와 결단을 집약하고 있다. 앞으로 양국정부는 이러한 의지의 결실을 위해 구체적 협력을 하나하나 실현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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