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프로야구 이해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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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무엇이든지 1등은 과욕이고 2, 3등이 되도록 힘껏 뛸 각오입니다.』
국가대표선수로 8년을 뛰었지만 프로에서는 신인인 이해창(31)은 『아마시절의 성적에 뒤지지않는 프로생활을 열겠다』는 차분한 자세다.
빠른 발, 뛰어난 야구센스, 강한 승부근성-이해창에게 붙여진 말들이다. 『올해는 프로에 데뷔하는 초년병이니까 우선 프로생활에 적응하는 해로 잡아 팀우승에 공헌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겠읍니다』
구랍 26일 미국 하와이 여행을 떠나 귀국예정일인 9일보다 6일 앞서 돌아와 5일부터 MBC 청룡의 대전 훈련에 참가하는등 노장의 마음가짐은 새출발의 기분으로 차있다. 『프로는 역시 노력과 정신력이 제일 중요한것 같습니다. 우선 타율 3할대를 목표로 하고 해태 김일권의 도루 53개를 뛰어넘기 위해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하겠읍니다.』
8년간의 실업선수생활에서 네번이나 도루왕이된 관록을 30이 넘은 노장신인이지만 잊지말아달라는 것이다. 『뛰어서 죽어서는 안된다』 는 것이 도루에 관한 그의 신념.
누상에 나가면 온통 상대팀 내야진의 정신을 빼놓고 맹수가 한마리의 토끼를 잡는데도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처럼 전광석화와 같이 누를 홈친다.
이러한 이해창이기에 오랜 아마 기간중에도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는지 모른다.
그는 통솔력과 팀융화에 발군의 솜씨를 갖고 있다. 78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지난해 제26회 서울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 이르기까지 5년 연속 대표팀 주장을 맡았다. 합숙소에서는 외출하는 일이 없고 궂은 일은 도맡아서 해낸다.
오랜 주장의 경력 때문에 그가 독서광이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지리한 여관생활을 견디기 위해 연간 1백50권의 책을 읽어왔다.
붙임성 좋고 빠른 머리회전 때문에 선수들은 그를 두고 사막에 갖다놓아도 살아갈수 있는 선수로 일컫는다. 그래서 자신을 잡초에 비유한다. 밟고 밟아도 절대로 쓰러지지 않기 때문이리라.
선린상에서 건국대진학, 그리고 농협·롯데에서 한국화장품에다 MBC청룡에 이르기까지 이적때마다 숱한 구설수가 뒤따랐었다. 그러나 그는 야구라는 집념으로 이겨낸 대표적선수라고들 말하는 것이다.
지난해 실업야구에서 처음으로 타격왕이된 이는 『백인천감독의 뛰어난 타격기술을 배우게 돼 다행』이라고 감독을 떠받드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 『절대로 노장이라고 하지말아달라. 앞으로 5년이상 버틸 체력을 갖고 있다』고 기개가 대단하다.
대한야구협회 풍규명경기이사의 사위.
글 조이권기자 사진 이창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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