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뇌성마비 30대 한인, 둘루스 '아씨' 풀타임 채용

미주중앙

입력

중증 뇌성마비를 앓고있는 안나래(34)씨가 14일 둘루스 아씨프라자에서 열린 ‘행복나눔 바자회’에서 봉사하고 있다.

뇌성마비 딸의 이력서를 써주고 나니 눈물이 쏟아졌다. 평생을 휠체어에 앉아 혼자서는 식사도, 거동도 할 수 없는 딸은 이제 월급을 받는 정식 ‘직원’이 됐다.

한인 루시 안 씨의 딸 안나래(34) 씨는 중증 뇌성마비를 앓고있다. 그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예, 아니오’를 뜻하는 ‘어허, 어어’가 전부다. 하지만 그는 최근 둘루스 아씨프라자에 정식직원으로 채용됐다. 그의 업무는 손님들이 방치한 물건들을 제자리로 옮기는 일이다. 휠체어에서 팔을 뻗으면 닿는 물건들은 직접 정리하고, 나머지는 어머니 안씨가 대신한다.

안씨 모녀는 6개월 전부터 일주일에 하루씩 아씨프라자에서 봉사해왔다. 그 모습을 지켜본 아씨프라자는 모녀에게 직원 채용을 제의했고, 모녀는 깜짝 놀랐다.

어머니 안씨는 “내 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식으로 입사지원서를 내고 출근해 타임카드를 찍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더 심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뭔가를 하는 모습을 보며 ‘저 사람은 다른건 못해도 손을 쓸 수 있으니까’, ‘저 사람은 몸은 힘들어도 머리는 쓸 수 있으니까’라는 식으로 합리화했던 것 같다”며 “나래가 내 말을 알아듣고 ‘네,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이제 알았다”고 말했다.

안나래 씨는 아씨프라자에서 이미 꼼꼼하기로 소문이 났다. 진열대에 잘못 놓여진 물건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이젠 어떤 물건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누구보다 훤히 알고있다. 어머니 안씨는 “평생 24시간을 함께해온 딸인데, 모든 것을 다 해주다보니 이렇게 꼼꼼한 면이 있는줄 몰랐다”고 말했다.

나래씨는 근무일이 아니었던 14일에도 아씨프라자에 나왔다. 아씨 직원들이 주최한 ‘행복나눔 바자회’에서 봉사하기 위해서다. 아씨프라자는 오는 21일까지 바자회를 열고, 수익금은 나래 씨의 뜻대로 장애인 선교단체 밀알선교단, 애틀랜타 꽃동네, 타민족 장애인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어머니 안씨는 “세상이 장애인들에게 조금 더 기회를 주고, 장애인들 스스로도 나래를 보며 한계에 도전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아씨프라자에는 애틀랜타한인회 패밀리센터도 ‘사랑의 네트워크’ 모금운동을 개최했다. 쇼핑객들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기부했다. ‘사랑의 네트워크’는 애틀랜타 한인회와 애틀랜타 중앙일보가 개최하고, 범 한인사회가 동참하는 불우이웃 돕기 캠페인이다. 기부금은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불우한 한인들을 돕는데 사용된다. 모든 기부금은 영수증을 발행해 세금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부처= Pay to The Order: KAFC (메모란에 ‘사랑의 네트워크’라고 기재해야 함)
▶접수처: 5900 Brook Hollow Parkway, Norcross, GA 30071
▶문의: 770-813-8988

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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