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군 복무에 대한 합리적 보상 논의해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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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올해 잇따른 군기 사고를 계기로 출범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지난주 군 복무자 가산점제 등 병영혁신과제를 선정하고, 국방부에 시행을 권고했다. 군 복무자 가산점제는 성실하게 군 복무를 마친 사람에게 공무원·공기업 시험에서 만점의 2% 이내로 가산점을 주되, 가산점 부여 혜택을 한 사람당 5차례로 정하는 한편 가산점을 받아 합격하는 인원을 전체 정원의 10% 이내로 제한했다. 1999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군필자 가산점제도와 비교할 때 이 제도는 가산점 비중을 낮추고, 횟수나 합격 수혜 인원 제한을 신설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두 제도 모두 군 복무자에게 시험 점수로 보상한다는 측면에서 본질적으로는 같다.

 이번 혁신위의 제안이 권고에 불과한 데다 정부 내 여성가족부 등도 여기에 이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 위헌 시비, 여성계 등의 반발도 뒤따를 것으로 보여 이 제도의 도입 가능성은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도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합의점은 2년이란 청춘을 국가를 위해 바친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군 복무가 아무리 국민의 의무라고 할지라도 개인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으며, 학업이나 직업 경력의 단절을 초래하는 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군 복무자에 대한 보상은 바로 경력 단절에 대한 보상이며, 군필자가 미필자와 동일한 선상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배려하려는 것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문제는 어떠한 방법으로 이를 보상할 것인지, 그 보상의 정도가 합리적인지 여부다. 과거 군필 가산점제는 시험 만점의 3~5%를 가산점으로 부여하는 바람에 미필자나 여성과 장애인 등이 만점을 받아도 군필자에게 밀려 탈락할 수밖에 없는 문제를 드러냈다. 혁신위의 이번 제안 역시 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공직 진출 기회를 가로막는 것은 아닌지 국방부가 꼼꼼하게 따져보고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군 복무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이란 원칙이 해묵은 남녀차별 논쟁에 휩쓸려 실종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