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안 가냐 묻자, 박지만 "불러야 가지 … 허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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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15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육영수 여사의 38주기 추도식에 당시 유력 대권주자였던 박근혜 의원(오른쪽)과 동생 박지만씨가 참석했다. 이후 박 대통령은 매년 같은 날 열려온 광복절 경축식 참석 때문에 지난해와 올해 추도식에는 불참했다. [중앙포토]

“불러야 가지.”

 박지만(56) EG 회장이 최근 지인들에게 웃으면서 한 얘기다. “누님(박근혜 대통령) 만나러 청와대에 안 들어가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유출 논란과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비서관의 폭로 인터뷰 이후 세간의 관심이 박 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1994년 박 회장이 마약류 투약 혐의로 기소될 때 담당검사로 인연을 맺은 사이다. 정씨와 ‘핵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청와대 비서관)의 견제로 조 전 비서관이나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등 박 회장 측 인사들이 줄줄이 물러났다는 소문도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정씨와 조 전 비서관이 경쟁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외견상 행보에도 별 변화가 없다. 문건 파문 이후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서울 청담동 자택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인 사무실에 출근해 왔다고 지인들은 말한다. 여권의 한 인사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입장을 밝힐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회장을 아는 지인들은 “박 회장은 자신이 어려워지더라도 누나(박 대통령)에게 누가 되거나 부담을 주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 회장은 2012년 대통령선거 무렵부터 절친한 인사 몇 명을 제외하곤 외부인을 거의 만나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달 그를 만났다는 한 인사는 “박 회장이 최근 새롭게 인수한 회사 때문에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이 사들인 회사는 발광다이오드(LED) 업체다. 박 회장 주변 인사들은 하나같이 “박 대통령과 박 회장은 대통령 취임 이후 거의 접촉이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청와대를 방문한 일도 없고, 전화 통화도 거의 없었다는 식으로 박 회장이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지난 2월 박 회장이 둘째 아이를 얻자 박 대통령이 축하전화를 한 뒤론 두 사람이 전화 통화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 친박 인사도 “최근 박 대통령을 만났는데 ‘내가 안 부르는 게 아니라 지만이가 부담 주기 싫다며 안 오겠다고 한다’며 ‘나를 너무 매정한 사람으로 보지 마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인사가 “매일 서류를 들고 관저로 가 들여다보지 마시고 지만씨도 청와대로 불러 좀 만나시라”고 했더니 그렇게 답변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지인들에게 “국민의 기대를 많이 받고 있는 누나가 정말 잘 해주길 바란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고 한다. 그는 “나는 오랫동안 청와대에서 살면서 아버지(고 박정희 전 대통령)가 얼마나 열심히 하시는지를 지켜본 사람”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당선된 누나가 아버지만큼 잘해주길 바라는 마음밖엔 없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박 회장은 ‘남재준 전 국정원장에게 문건 유출 조사를 요청했다’는 한 언론 보도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고 주변 인사들은 전했다.

 박 회장은 4일에도 기자들을 피했다. 박 회장의 자택은 모두 22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고급 빌라로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 박 회장은 이날 EG그룹 사무실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G그룹 관계자는 “회장님은 오전 9시쯤 출근해 오후 6시쯤 퇴근한다”며 “회장님의 출근 여부에 대해선 우리는 알 수도 없고, 확인해 줄 수도 없다”고 말했다.

허진·고석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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