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여성 스마트폰 '카톡' 훔쳐본 전직 경찰 집행유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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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중앙포토DB]

서울 강남의 한 지구대 소속 경찰관이었던 A(39)씨는 지난해 9월 청담동의 한 클럽 앞에 여성이 만취해 쓰러져 있다는 112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A씨는 만취한 B씨를 순찰차에 태워 서초동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주었다. 하지만 112 신고자에게 건네 받은 B씨의 스마트폰은 자신이 몰래 챙겼다. 집으로 돌아온 A씨는 B씨의 스마트폰을 자신의 컴퓨터에 연동해 카카오톡 서버 등에 저장돼 있던 정보를 내려받았다. A씨는 B씨가 남자친구와 나눈 대화와 주고 받은 은밀한 사진, 성관계 동영상까지 지극히 사적인 정보를 모두 훔쳐봤다. 다음날 A씨는 친한 후배인 C씨를 불러내 “스마트폰을 우연히 주웠다고 하고 돌려주라”고 부탁했다.

C씨는 B씨를 만나 스마트폰을 돌려줬지만 A씨의 훔쳐보기는 바로 들통이 났다. 스마트폰 주인이 저장돼 있던 오래된 사진의 배열 순서가 바뀐 것을 이상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B씨는 스마트폰 데이터 사용 기록, 카카오톡 로그인 시간 등을 조회해 자신을 집에 데려다 준 경찰이 범인임을 눈치채고 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1단독 안호봉 판사는 직무유기 등으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안 판사는 “절차를 어기고 직무상 취득하게 된 스마트폰을 집으로 가져가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를 열람했다”며 “경찰관으로서의 임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단순한 호기심에 정보를 봤을 뿐 다른 범죄에 이용할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으로 경찰에서 해임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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