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무죄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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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진보당의 평화통일론이 국시를 위배하고 괴뢰집단과 야합하여 국가변란을 기도했다는 공소사실은 이를 증좌할 근거가 없다.
정당의 성격은 정강정책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진보당 정책에서도 국가변란이나 괴뢰에 호응했다는 공소장에 나타난 피의사실을 발견할수 없다. 진보당이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고 그방법에 있어도 국헌을 위배했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할수 없다.
판결문을 세밀히 분석한다면 진보당사건은 무죄였고 죽산도 사실상 무죄라고도 할수있었다.
공소를 담당했던 조인구부장검사는 심한 충격을 감추지 얌았다. <간첩에게 5년을 언도한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다.> 그는 서슴없이 불만을 털어놓고 총총히 법정을 나갔다.
그 얼마뒤 대검찰청 오제도검사실에선 정보관계 검찰진의 전체회의가 늦도록 계속됐다.
『재판부가 조봉암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인정하면서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수 없는 일이다.』 다음날 아침 몹시 흥분된 표정이긴해도 조용히 한마디 불평을말하고 공소제기를 선언했다.
검찰보다는 경찰쪽이 더욱 당황하고 더욱 강한 반응을 보였다.
이틀뒤인 4일 서정학치안국장은 아주 직설적으로 말했다.

<우리가 타공하는 마당에 용공적으로 나가는 것은 안된다.><용공적으로 나가는 상대방이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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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양명산이 미화3만달러를 진보당 공작금으로 가지고 내려온 사실을 비롯해 우리들 경찰이 지난1월12일 조봉암등 관계자를 적발할 때까지 북의 공작대원들의 사명은 「진보당과 접선하라」후 진보당의 확대공작을 도모할 것이며 진보당원들을 될수 있는한 국회의원으로 많이 당선시키라」는 것이었다. 괴뢰집단에서는 진보당과 접선되었다는 것을 시인하고 있다고 볼수있었다.><지금 당국은 국가보안법의 저촉범위를 확대할 개정안을 성안중이며 치안국은 대공과의 분리 독립을 구상중에 있다.>
진보당사건의 l심판결은 당국의 불만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른바 법원난입이라는 「재판파동」을 몰고왔다.
판결 사흘째인 5일 반공청년단원 2백여명은 서울시청앞에 집결했다. 「용공판사 유병진을 타도하라」라는 플래카드를 들고서였다. 그들은 플래카드의 글귀들을 구호로 외치며 법원으로 밀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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