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천연기념물 나무 '곰솔' 죽어서도 마을 수호신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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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말라죽은 천연기념물 ‘곰솔’.

벼락을 맞아 말라 죽은 천연기념물 곰솔이 마을의 '수호신'으로 남는다.

충남 서천군 서천읍 신송리 마을 언덕에 있는 천연기념물 353호 곰솔이 주인공. 이 곰솔은 2002년 10월 벼락을 맞은 뒤 시들기 시작해 지난달 초 식물로서의 '삶'을 마감했다.

문화재청과 서천군은 14일 "형태라도 보존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 가지부터 뿌리까지 나무 전체를 방부처리하는 방법으로 나무 외형을 보존키로 했다"고 밝혔다. 천연기념물 지정은 해제된다. 수령 400여 년의 이 곰솔(높이 17.4m, 둘레 4.48m)은 생물학적 자료나 서낭목으로서 민속적 가치가 커 198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었다. 곰솔은 수백 년 전부터 마을 수호신 역할을 해왔다. 이 마을 주민(84가구)들은 해마다 음력 1월 3일 곰솔 밑에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올리곤 했다. 주민들은 전국의 나무 치료 전문가 10여 명을 동원, 곰솔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영양제도 주사하고 병충해 방제를 위해 농약도 수십 차례 뿌렸으나 허사였다.

곰솔이 워낙 크다 보니 방부처리작업은 '대형 공사'가 될 전망이다. 방부처리 실무작업을 담당한 서울 영동나무종합병원 서윤석(58) 원장에 따르면 방부 처리 비용만 총 1억~2억원 들고 기간도 1년이나 걸린다. 작업은 ▶살균▶건조▶방부제처리▶재건조▶방부제 보존을 위한 코팅 등을 거쳐 20년간 썩지 않게 한다.

◆ 곰솔=곰솔은 해안가에서 자라는 소나무의 일종으로 해송(海松)으로도 불린다. 재래종 소나무보다 잎이 길고 굵으며 줄기가 검은색을 띠고 있다. 전국에는 서천 곰솔을 포함, 8개의 곰솔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서천=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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