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CEO 77% "휴가 아예 안 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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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컴퓨터의 백종진 사장은 올 여름에 특별한 휴가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4일부터 제주도에서 열리는 벤처 최고경영자(CEO) 포럼에 부인과 함께 참석해 여름휴가를 대신한다. 백 사장은 "벤처 CEO 대부분은 영업일선에 직접 뛰기 때문에 휴가를 낼 형편이 아니다"고 말했다.

여름 휴가철이지만 휴가를 떠나는 벤처 CEO들은 많지 않다. 비트컴퓨터의 조현정(벤처기업협회 회장) 사장 등 협회 임원(부회장급 이상)을 맡고 있는 CEO 22명 중 17명(77%)은 아직 여름 휴가를 못 다녀왔으며 앞으로도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화조사 결과다. 벤처기업협회는 4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제주 중문단지 하얏트호텔에서 벤처 CEO포럼을 열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벤처 CEO와 50여명과 가족 등 모두 120여명이 참석한다.

CEO들은 협회에서 마련한 각종 토론회와 간담회 등에 참석하고 틈틈이 시간을 내 동반한 가족과 주변 지역 관광에 나선다. 이처럼 행사 기간 동안 '유사 휴가'라도 보낼 수 있는 CEO는 그래도 행복한 편이다. MP3플레이어 등을 만드는 레인콤의 양덕준 사장은 "1999년 회사 설립 이후 한 번도 휴가를 가본 적이 없다"며 "요즘도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어 중국 공장 방문과 일본 시장 답사 일정 등으로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업체 주성엔지니어링의 황철주 사장, 완구업체 손오공의 최신규 사장, 반도체 개발회사 토마토LSI의 최선호 사장, 디엠플러스의 여미정 사장 등도 휴가를 반납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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