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꼼수를 차단하기 위해 필요한 숫자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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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4일 치러지는 일본 총선거를 앞두고 여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집권 자민당 간부들은 23일 TV에 출연해 "아베노믹스의 지속적 추진을 위해선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제1야당 민주당의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대표는 "이번 국회 해산은 '아베노리스크(아베노믹스 리스크(위험)를 줄인 말) 숨기기 해산'에 불과하다"며 "아베 정권의 실정을 심판하자"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3개 숫자"라고 분석했다. 첫째는 238. 총 의석수 475석의 과반에 해당하는 숫자다. 여당이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저 기준이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는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을 합해 238석을 얻지 못하면 퇴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국회 해산 전 의석은 326석. 야당이 여당의 88석 이상을 빼앗아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 공산이 크지 않다.

둘째는 266. 여당이 모든 상임위의 위원장을 장악하고 위원도 과반을 차지하는 데 필요한 의석수다. 일 정치권에서 '가장 현실적인 승패 기준'으로 불리는 숫자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경우 모체인 종교단체 '창가학회'의 고정표가 있어 현 의석(31석)에서 크게 늘거나 줄 공산이 적다. 따라서 자민당은 235석 내외를 차지하면 여당 합계 266석 달성이 가능해진다. 해산 전 자민당 의석은 295석. 단순 계산으로 자민당의 의석 감소가 60석 이내냐 혹은 그 이상이냐에 따라 승패가 엇갈릴 전망이다. 이 숫자를 사수하지 못하면 '아베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마지막은 317. 중의원 총 의석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헌법 개정 발의에 필요한 의석수다. 중의원과 참의원이 각각 총 의석의 3분의 2 이상이 개헌을 발의하면 개헌 여부가 국민투표에 넘겨지게 된다. 개헌에는 자민당 외에 유신당(42석), 차세대당(19석)이 적극적이다. 도쿄신문은 23일 "참의원은 현재 개헌 세력이 3분의 2를 넘지 않지만 이번 중의원 총선거에서 개헌세력이 3분의 2를 넘어 개헌론에 불이 붙으면 상황은 확 달라질 것"이라며 "2016년 여름의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세력이 3분의 2 이상을 얻게 되면 평화헌법은 중대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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