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정 10만리-<전대통령 여정스케치>-이웃사촌처럼 격의 없는 대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상회담>
전두환대통령과「샤가리」나이지리아 대통령의 1차 정상회담은 예정시간을 10분 이상 넘겨가며 시종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
전대통령은 이날하오 (한국시간 20일 새벽)「아우두」외상의 안내로 대통령궁에 도착, 현관에서「샤가리」대통령의 영접을 받고 함께 집무실로 들어가 양측 외상이 배석한 가운데 소파에 앉아 잠시 환담을 나누며 사진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해주기도 했다.
전대통령이『김준성부총리가 몸이 불편해 중요한 회담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고 하자「샤가리」대통령은『빨리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인사.
전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국제사회에서 대화를 통한 우리의 평화통일정책을 지지해 준데 대해 사의를 표했으며「샤가리」대통령은 『각하의 평화통일방안이 꼭 성공하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계속 지지하겠다』고 다짐.
전대통령은『우리가 어려웠을 때 외교관계수립에 응해주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하자 「샤가리」대통령은 『한국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눈부신 경제성장과 급속한 공업발전을 성공시킨 것을 보고부터였다』며 『이 같은 발전상에 용기를 얻고 취임하자마자 국교수립을 서둘렀다』고 회고했다.
전대통령이 『나라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이 뒷 받침돼야 하고 경제성장은 그 나라 정치와 사회의 안정이 이뤄져야 비로소 가능하다』고 평소의 소신을 밝히자 「샤가리」대통령은 『한국인은 구미선진국민에 비해 보다 성실하고 도움을 주는 경제파트너로서 항상 친근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샤가리」대통령은 전대통령의 방한초청에『가까운 장래에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이를 수락하면서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한국의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도착>
19일 하오 나이지리아에 도착한 전두환대통령은 무르탈라 무하메드 공항에서 임동원 주 나이지리아 대사와「사다」나이지리아의 전장의 기상영접을 받은 후 트랩을 내려와 나이지리아의 전통적인 흰 예복차림의「샤가리」대통령과 악수를 교환하고 반갑게 서로 등을 끌어안고 포옹했다.
「샤가리」대통령은 전대통령에게 나이지리아의 퍼스트 레이디 역을 대행하는「에쿠에데」부통령부인과「아우두」의장 등을 소개했으며 전대통령은 나이지리아의 어린이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다.
전대통령은 영접라인에 줄을 선 우리나라 교민들과 악수를 교환했는데 한 소녀가 목에 화환을 걸어주자 볼에 입을 맞춰 답례.
전대통령은 공항귀빈실로 들어가「샤가리」대통령과 잠시 환담을 나눴으며 이사이 동석한 영부인과「에쿠에데」부통령 부인과 환담.「에쿠에데」부통령 부인이 퍼스트 레이디를 대행해 환영행사에 참석한 것은「샤가리」대통령내외가 회교신자로 공식행사에 부인이 나서지 않는 회교관습 때문.
공항에는 나이지리아에 진출한 1백여명의 교민들이『전두환대통령 각하 나이지리아 공식방문환영』『환영전두환대통령 내외방문』이라는 플래카드와『한-나 정상회담』이라는 글과 양국원수의 사진을 붙인 피킷을 들고 나와 전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했다.
공항 국빈실을 나선 전대통령내외는 의장대의 영접을 받으며 영빈관에 도착,「샤가리」대통령과 「에쿠에데」부통령부인의 안내로 1층 응접실로 들어가 10여분동안 환담.
나이지리아정부는 전대통령의 방문을 맞아 한달 이상 영빈관내부를 새로 단장하는 등 다른나라 국가원수의 방문 때보다 각별한 신경을 썼다고 설명.

<현지신문 보도>
나이지리아의 각 신문들은 19일 전대통령의 나이지리아 공식방문을 많은 지면을 할애, 크게 보도했다.
나이지리아의 유력 영자지 데일리타임즈와 뉴나이지리안은 19일자 조간에서 각각 4페이지에 걸쳐 현지진출 우리나라기업의 광고와 함께 전대통령의 나이지리아 방문을 특집기사로 싣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이 신문들은 『전대통령, 한 나이지리아 관계의 새 시대를 열다』『남남협력의 표본』『한국이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주도』등의 제목으로 특집기사를 마련, 전대통령의 나이지리아 방문의의와 한국의 경제발전상 및 평화통일노력과 한-나이지리아 경협의 장래 등에 관해 자세히 보도.
이 신문들은 특히 경제발전과 빈부국간의 남북문제해결에 있어 개도국간의 협력증진 필요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전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이 이 문제와 관련, 새로운 기원을 수립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케냐출발>
2박3일 동안의 케냐 공식방문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전대통령은 19일 상오 (현지시간) 나이로비를 떠나기 앞서「모이」케냐대통령과 고별인사를 겸한 2차 정상회담을 갖고 석별의 정을 나눴다.
전대통령이『친구란 처음 만나도 믿을 수 있고 터놓을 수 있으면 금방 친해지는데 우리사이가 그렇다』고 말하자「모이」대통령은『케냐사람들의 마음도 그렇다』면서『각하가 케냐를 방문해주어 케냐로서는 나라안팎으로 신뢰와 자신의 분위기가 확고히 조성돼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인사.
이어 공항으로 가는 동승한 승용차에서 「모이」대통령은『케냐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기 때문에 모두가 비를 얘 타게 기다리는데 오늘 아침 비가 오는 것을 보니 각하가 비를 몰고 온 것 같다』면서 『케냐에는 비가 오면 길조라고 한다』고 설명.
전대통령은 이에 대해『한국에서는 비를 가지고 작별의 눈물이라고도 하는데 우리가 헤어지려하니 슬퍼서 비가 오는 모양』이라고 대답.【라고스=김옥조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