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6)소아기 질환-땀 열없으면 걱정 말라(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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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기가 잠이 들고나서 땀이 많이 나는 것은 생리적 현상이다.
우리 몸에는 약 2만개의 땀샘이 있다. 이 땀샘들은 뇌를 비롯해 여러 신경계통의 지배를 받고 있다. 덥고 습한 환경에서는 하루에 4L나 되는 땀이 나올 수도 있다.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땀의 양이 많으며, 잘 때 많이 흘린다. 특히 잠이 들고나서 1시간쯤 되어서 이마나 머리에 땀이 많이 나는 것은 정상적인 생리적 현상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 어머니들은 아기가 땀을 많이 흘리면 몸이 허약하다고 생각하며 특히 결핵이 아닌가 의심하여 병원을 찾아오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이런 어린애들을 진찰해보면 대부분의 경우 생리적이거나 체질적인 경우가 많다.
땀샘은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고 있으므로 자율신경계의 체질적인 차이로 사람에 따라 땀을 흘리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어린이들에 있어서도 체질에 따라 땀을 많이 흘릴 수 있으므로 많은 땀이 곧 허약한 것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 가정에서 어린이는 덮어놓고 덥게 해주어야한다는 선입관이 있어 너무 많이 싸주기 때문에 땀을 흘리는 수도 있다.
이같이 어린이의 생리적인 특성, 체질의 차이, 부적당한 환경 때문에 땀이 많이 나는 것을 곧 병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병원을 찾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땀을 흘리는 것은 허약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때로는 그 허약이 결핵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결핵기을 먹이고 있는 예도 본다.
그러나 결핵일 경우 적어도 9개월∼1년쯤 약을 먹어야 하는데 막연하게 먹일 수도 없는 일이고 또 그런 약들은 부작용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결핵으로 의심이 간다면 적어도 투베르쿨린반응을 검사해서 그것이 양성으로 나오는지를 확인 해볼 필요가 있다.
또 어떤 어머니는 몸이 허약하다고 해서 소위「보약」을 먹이는 것을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보약에 대해서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몸에 특별한 병이 없고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고 있으면 그만이지 보약을 따로 먹어야 할 필요는 없다.
어떤 연령에서 부족이 오기 쉬운 물질 (예를 들어 영아에서 어떤 비타민이나 철분)을 보충해줄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으나 그밖에 몸을 튼튼하게 하기 위한 보약은 따로 필요 없다. 비타민조차도 필요 없이 너무 많이 먹일 때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 어머니들은 근거 없는 선입관을 가지고 속단하여 건강한 아기를 환자로 만들고 쓸데없는 약을 장기간 먹이는 수가 적지 않다.
다만 어린애가 미열이 있으면서(이것도 손으로 만져서가 아니라 체온계로 재보아야 한다) 땀을 많이 흘릴 때에는 일단 의사의 진찰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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