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현대 北송금 상상도 못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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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송두환(宋斗煥)특별검사팀은 3일 김경림(金璟林) 전 외환은행장을 불러 2000년 6월 현대상선의 2억달러 송금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의 개입 경위 등을 조사했다.

당시 외환은행장이었던 金씨는 조사에서 "송금은 국정원 관계자를 통해 이뤄졌으며, (은행 측은) 현대와 관련된 돈인지는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조사에 앞서 金전행장은 지난 2월 본지 기자와 만나 "1월에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온 뒤 (국정원 개입으로 송금이 이뤄진 사실을) 처음 알았다"면서 "그러나 2000년 6월에는 송금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국정원이 해외파트로 보내는 돈은 출처가 어딘지, 어디로 가는지 물어보지 않는 게 관례"라면서 "당시 현대는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그런 돈을 보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金전행장은 "일이 터진 후 실무진에게 알아보니 기업의 경우 인증이 있어야 하지만 국가기관에서 송금하는 것은 아무런 서류가 없어도 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지난 2일 조사한 백성기(白誠基)전 외환은행 외환사업부장에 이어 金전행장에게서도 국정원이 송금에 개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함에 따라 국정원의 개입 전모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검팀은 국정원 직원들로 추정되는 대북 송금 계좌 입금 수표의 배서인 6명을 이번 주 중 부를 계획이다.

강주안.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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