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재활치료, 입원 후 72시간 내에 시행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뇌졸중은 합병증이 무섭다. 발병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죽음에 이르거나 반신마비 같은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긴다. 급성 뇌졸중을 잘 넘기더라도 여전히 위험하다. 근육이 서서히 딱딱하게 굳어가면서 운동 능력이 떨어진다. 초기에는 근육의 힘이 약해지는 정도다. 시간이 지나면 강직으로 악화한다. 공간·지각능력이 떨어져 몸을 잘 가누지 못하거나 의사소통이 힘들어진다. 뇌졸중 재활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뇌졸중 재활치료는 가급적 빨리 시작해야 한다. 미국·캐나다·호주 등에서는 뇌졸중으로 입원한 후 72시간 이내에 재활평가(NIHSS)를 실시해 향후 치료계획을 세우도록 권고한다. NIHSS는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우울증·삼킴장애·운동능력·인지력·감각 등에 대해 평가하는 척도다. 이를 통해 뇌졸중 예방을 위한 재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환자 상태를 평가해 사회 복귀를 돕는 데 활용한다.

국내 뇌졸중 재활치료도 비슷하다. 2012년 대한뇌신경재활학회에서 발표한 한국형 뇌졸중 재활치료를 위한 표준 진료지침에 따르면 늦어도 72시간 이내에 급성기 뇌졸중 치료를 병행하면서 재활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재활치료는 걸음마 단계다. 환자의 20% 정도만 적절한 뇌졸중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뇌졸중 사망률은 심뇌혈관질환 관리 활동과 의료기술 발전으로 점차 줄고 있다. 인구 10만 명당 뇌졸중 사망률은 2003년 75.3명에서 2013년 50.3명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다. 그만큼 뇌졸중 후유증을 막기 위한 재활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뇌졸중 발병 이후에는 운동능력이 점점 떨어진다. 근육이 경직돼 원하지 않는데도 팔·다리가 뻣뻣해지고, 팔을 굽히기도 힘들어진다. 뇌졸중 환자의 50%는 1년 이내에 운동마비 및 근육경직이 나타난다. 조기 뇌졸중 재활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특히 근육경직은 관절 운동범위를 감소시키고 통증을 유발한다. 또 심부정맥혈정증(DVT)·관절구축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진행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근육경직 치료는 스트레칭·자세교정·약물복용·주사요법·수술 등 초기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 자극을 가해도 신경세포가 다시 활성화할 가능성이 낮다.

미국·영국 등에서는 근육 경직이 있는 부위에 보툴리눔을 주사해 뇌졸중 후유증을 관리한다. 말초신경과 근육 사이에 있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방출하는 것을 억제해 근육이 과도하게 경직되는 것을 완화한다. 기존 약물·수술 재활치료보다 부작용·통증이 적고 간편하다. 또 특정 근육에만 사용해 효능·안전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메디톡신 등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생산된 국산 제품이 시판되면서 뇌졸중 환자의 재활치료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뇌졸중 이후에 빠른 일상 복귀를 위해서는 재활치료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관심이 필요하다.

이광재 서남대의대 예수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