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사랑해요” 외친 68세 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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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아버지 조지 H W 부시에 대해 자신이 쓴 전기 『41, 내 아버지의 초상』을 소개하고 있다. [텍사스 로이터=뉴스1]

조지 W 부시(68) 전 미국 대통령이 아버지 조지 H W 부시(90) 전 대통령에 대한 전기를 11일(현지시간) 출간했다. 이날 판매에 들어간 『41, 내 아버지의 초상』에서 아들 부시는 “아버지는 1970년대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 국장 전용 엘리베이터 대신 직원들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를 탔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전세계 CIA 지부를 돌며 분석가들과 요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는데 비밀 업무를 맡았던 이들이 CIA 국장을 만난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아들 부시가 출간한 전기는 아버지에 대한 헌사다. 가족으로서 느꼈던 아버지의 겸손한 성품과 아버지에 대한 존경을 ‘아빠(dad)’라는 단어를 쓰며 책 전체에 담았다. 책 제목의 ‘41’은 아버지가 41대 미국 대통령이었음을 뜻한다. 아들 부시는 이날 텍사스주 칼리지 스테이션에 있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 기념도서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내가 아버지를 사랑했고, 많은 이들이 아버지를 아꼈음을 아버지가 아시도록 이 책을 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아들 부시는 책을 통해 젊은 시절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훈육을 공개했다. 그가 술에 취해 들어왔을 때 “아버지는 읽고 있던 책을 내려 놓고 나를 정면으로 응시한 뒤 다시 안경을 쓰고 책을 들어 올렸다”며 “나는 방을 살금살금 빠져 나왔고 아버지가 너무 실망해 내게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는 “아버지는 말싸움을 벌이는 분이 아니었다”며 “젊은 시절 내가 아버지의 인내심을 시험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썼다.

 아들 부시는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자신이 6살 때 동네 가게에서 장난감 병정을 훔쳤다가 아버지의 지시로 다시 돌려줬던 얘기도 꺼냈다. 그는 “그건 단순히 도로 갖다 놓으라는 게 아니라 사과하고 책임을 배우라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책에서 “2012년 아버지가 폐렴에 걸렸을 때 아버지 목소리를 듣고 건강 상태도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드렸는데 내가 그때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라고 하면 아버지는 ‘내가 너를 더 사랑한다’고 말했다”고 부자 간의 애정도 전했다.

  동시에 아들 부시가 자신의 동생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대선 출마를 공개 권유했다는 점에서 책을 통해 동생에 대한 정치적 관심까지 증폭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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