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반갑다 더러운 물"… 가정~하수처리장 배관 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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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11일 "한강수계 5개 하수처리장에 들어오는 물의 오염도가 두 배로 증가했다"며 자랑스럽게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32개 하수처리장 가운데 하수관 정비 공정률이 70%를 넘긴 하수처리장의 경우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으로 따졌을 때 평균 50ppm에서 110ppm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오염도가 크게 증가됐는데도 반기는 이유는 뭘까.

하수처리장에서는 정해진 만큼 오염된 물이 들어올 것을 예상하고 그에 맞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른바 설계기준이다. BOD로 따져 150ppm 정도 되는 물이 들어와야 시설이 제대로 가동되고 물도 맑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150ppm이면 현재 팔당호 수질 오염도의 100배가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하수처리장에 들어오는 물이 그동안 50ppm밖에 되지 않았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각 가정과 하수처리장을 연결하는 하수관이 부실한 것이 원인이다.

가정에서 배출된 오수는 새나가고, 대신 하천수나 지하수 등 맑은 물이 들어오게 된다. 처리해야 할 물의 양은 많아지지만 오염도는 크게 낮아진다. 오염된 물은 줄줄 새나가서 상수원을 오염시키고, 처리하지 않아도 될 물은 처리하면서 예산을 낭비하는 꼴이다. "줄줄 새는 오수, 줄줄 새는 예산"이라는 반복되는 비난에 골머리를 앓아왔던 환경부가 오랜만에 얼굴을 폈다. 보도자료에서 설명한 대로 2003년 10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한강수계 하수관 정비사업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기 때문이다.

현재 전체 공정률 44%를 보이고 있는 한강수계의 하수관 정비사업은 2010년까지 5280억원을 추가로 투입, 하수처리장으로 들어오는 물의 오염도를 설계기준의 97%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강찬수 환경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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