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번째 취업 프러포즈… 우린 실패에서 희망을 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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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백수(白手)'가 아니라 '백수(百修)'라는 말이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 구직 과정에서 100번 낙방하는 것은 예사라는 뜻이다. 수십 번 낙방하다 보면 구직자는 자신감을 잃게 된다. 그리고 '시대를 잘못 만나 고생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인크루트 신상훈 대학사업국장은 "왜 떨어졌는지를 낙방생에게 설명해주는 회사는 없다"면서 "스스로 실패 원인을 찾아내 고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본지는 7일 서울 역삼동 인크루트 사무실에서 취업 재수생 두 명에게 모의 채용과정을 치르게 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뒤 아직까지 취업의 문을 뚫지 못한 이들을 대상으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면접, 인.적성검사 등 단계마다 신 국장이 문제점을 잡아내고 적절하게 조언해줬다. 취업준비생이 참고할만한 내용이 많아 참가자의 허락을 받아 그 과정을 소개한다.

◆ 취업희망자는 이런 사람=김재우(28)씨는 대학에서 외국어계열을 전공했다. 재학 중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서 계약직 사원으로 일했던 경력도 있다. 해외 무역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한다. 김선미(24)씨는 사회계열을 졸업했다. 재학 시절 아이디어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으며, 브랜드 마케팅 분야에 관심이 많다.

◆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신 국장이 김선미씨 자기소개서에서 취미인 '재즈댄스'를 '째즈댄스'라고 잘못 쓴 것을 잡아냈다. 단순한 실수지만 감점 요소라는 것이다. 김선미씨는 희망 직종과 희망 업종을 다양하게 적었다. 기업의 인사 담당자 무엇을 잘하고 어디서 일하려는지 파악하기 힘들다고 신 국장은 짚어줬다.

김재우씨의 자기 소개서는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은 저들 두고 하는 말입니다'라고 시작한다. 좋은 부모님에게서 훌륭히 교육받았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나 신 국장은 "'피'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또 김재우씨는 자기 소개를 단락구분 없이 쭉 써내려갔다. 이에 대해 신 국장은 "A4 용지 2장 분량으로 성장과정, 장.단점, 지원동기, 포부, 과외 활동, 경쟁력 등 6개 항목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재우씨는 '최고 퀄리티''나이트 크루'라는 외래어를 많이 썼다. 신 국장은 "외래어를 쓰면 뜻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우씨는 파워포인트를 만드는 실력을 강조했다. 신 국장은 "말로만 하면 안 되고 사례를 통해 실력이 있다는 근거를 대야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토익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신 국장은 "대신 회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적는 게 좋다"고 말했다.

◆ 인.적성검사=인.적성검사 문제지를 받자 두 사람은 당황했다. 404문제에 제한시간이 90분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김재우씨의 경우 언어이해와 추리 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나와 해외 영업이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분야에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대인 선호와 새 경험 선호 성향이 높았다.

김선미씨는 공간.시각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상품기획 직무와 어울리는 편이었다. 신 국장은 "김선미씨는 비슷한 유형의 질문에 대해 엇갈리는 답을 했다"며 "인.적성검사나 면접에선 솔직하고 일관된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 해보고 나니=김재우씨와 김선미씨는 "정말 유익한 경험이었다. 부족한 면을 하루빨리 메우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재우씨는 "낙방했을 때 막연하게 '아직 준비가 덜 됐다'고만 생각했지 무엇이 문제인지 몰랐으나 좋은 충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선미씨는 "취업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선 세심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고 말했다.

글=이철재, 사진=임현동 기자

*** 모의면접!

<김선미씨> "…요"로 끝나는 말투는 감점요인

Q:입사할 경우 지방 지사에서 일할 수 있습니까?

A:가급적이면 연고가 있는 서울에서 근무하고 싶어요.

※면접관은 여성 구직자의 근로 의지를 알아보는 경향이 있다. 이런 질문에는 '숙소 문제가 해결된다면 지방 생활도 새로운 경험으로 삼겠다'고 유연한 답변하는 게 좋다.

Q:브랜드 마케팅에 관해 어떻게 준비했습니까?

A:따로 강의를 듣거나 학원에 다닌 적은 없지만 브랜드에 관해 평소 떠오른 아이디어를 수첩에 꼼꼼하게 적어뒀어요.

※아이디어를 적은 수첩을 들고 와야 한다.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연결한 구체적인 사례를 수치와 함께 설명하면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다.

▶ 신 국장은 이 밖에도 김선미씨가 면접 중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자주 만지는 행동과 "…요"라는 말투를 지적했다. 이런 언행은 감점 요인이라는 것이다.

<김재우씨> 정장 상의단추 한두개 풀었으면

Q: 시력이 얼마죠?

A: 왼쪽 0.6, 오른쪽 0.3입니다.

※이력서 사진엔 안경을 안 썼는데 면접장에 안경을 쓰고 왔다. 사소한 '실수'지만 감점 요인이다.

Q: 학점이 평균밖에 되지 않는데 공부를 열심히 안 했습니까?

A :(한참 머뭇거린 뒤) 해외여행, 아르바이트, 과외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쌓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 곤란한 질문에 얼굴이 빨개지거나 시간을 끌면 안 된다. 자신 없는 질문을 물어볼 때를 대비해 대안을 생각해 둬야 한다. '맥킨지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학업을 병행하기 힘들었지만 전공 필수 과목은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말하는 게 좋다.

▶ 신 국장은 김재우씨가 귀걸이를 하고 면접장에 들어온 것을 지적하며 품행이 불량하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며 빼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또 정장 상의의 단추는 한두 개 풀어주는 게 편안한 인상을 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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