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전문가들이 보는 포클랜드전화의 파장|실리와 명분의 싸움…영국군 상 륙 위협에 그칠 가능성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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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해설>
【런던=장두성 특파원】포클랜드의 활주로를 공격한 다음 영국군이 취할 행동은 부분적인 상륙 작전이 될 것이라는 것이 런던의 군사전문가들의 거의 일치된 의견이다.
부분 상륙 작전이란 아르헨티나수비군이 집결해 있는 동포클랜드 섬의 포트스탠리 부근을 피해 비교적 수비군이 적게 배치된 해안선에 일부 병력만을 상륙시킨다는 뜻이다.
전면 상륙 작전에 미달하는 이와 같은 작전의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보는 전문가들의 견해는 ▲수비군에 대한 정면공격은 많은 수의 사상자를 내게 되고 국제여론이나 국내야당으로부터 큰 반발을 일으키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피하고 ▲2천명의 군인들을 싣고 가는 병력수송선 캔베러 호가 아직 아센션 근해를 항진 중이어서 현재 포클랜드에 도착한 병력만으로는 9천명으로 추산되는 수비군과 대전하기가 어려운 현지사정 때문이라는 근거로 설명되고 있다.
영국군이 첫 단계작전에 따른 외교적 반응과 증원군의 도착을 기다리는 동안 행동을 중단하고 대기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에 대해서 런던의 전문가들은 극히 회의적이다.
그 이유는 첫째 기다릴수록 영국군이 선제공격으로 장악한 작전강의 추진력이 악화될 뿐 아니라 유엔의 개입으로 외교활동이 재개될 경우 새로운 작전을 시작하기가 외교적 이유로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포클랜드활주로 공격 때 공군의 공격이 끝난 후 함정들이 출동해서 해안의 요충을 함 포 사격한 것은 상륙 작전을 위한 준비작업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단순히 공군기지의 파괴만을 목적으로 했다면 함포 사격은 필요 이상의 모험이었다는 것이다.
일단 포클랜드의 일부지역을 장악한 후 상륙군은 아르헨티나 수비군을 소규모의 히트 앤드 런 작전으로 교란하면서 사기저하를 도모할 것이라고 런던국제전략문제연구소 부 소장「앨포드」씨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작전에 대한 아르헨티나군의 반응은 반격작전으로 나올 것이 거의 확실한 것 같다. 지금 단계까지 와서 아르헨티나 지도자들이 외교적 후퇴를 한다는 것은 제대로 싸워 보지도 않고 항복한 꼴이 되는데 그런 행동은 현 군부지도자들의 불명예스러운 퇴진을 거의 자동적으로 몰고 올 것이기 때문이다.
「핌」영국외상은 포클랜드공격과 때를 같이해서 이제는 아르헨티나 군이 철수하기 전에는 협상을 재개하지 않겠다고 태도를 종전보다 훨씬 더 경화시켰기 때문에 아르헨티나 지도자들의 퇴로는 완전히 막힌 셈이다.
따라서 협상을 통한 해결의 길은 당분간 멀어졌으며 아르헨티나가 소련의 지원을 기대하는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소련은 이미 종류와 수량미상의 전자장비를 아르헨티나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충돌이 장기화되고 전역이 확대된다면 미-소의 간접대결은 불가피해진다.
소련은 쿠바를 통해 중남미에서의 영향력확대를 모색해 오고 있는데, 만약 남미 대륙의 거인 아르헨티나를 그 영향력아래 넣는다면 미국의 중남미 정책은 중대한 도전을 받게 되고「레이건」미행정부 뿐만 아니라「대처」영국정부도 큰 시련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영국 측이 바라는 것은 단시일 안에 포클랜드를 재탈환한 뒤 평화협상을 하 는것인데 문제는 양측의 명분이다. 아르헨티나는 전쟁이 본토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희박한 현재 포클랜드를 사수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써「갈티에리」정권이 내재하고 있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불안을 제거할 수 있는 이점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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