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특사’로 한국 온 히딩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거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정상회담에 경제사절단 담당 특사 자격으로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3일 네덜란드 민간 외교관으로 변신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인공 거스 히딩크 축구 감독과 만났다.

 히딩크 감독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박 대통령과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과의 한·네덜란드 정상회담에 경제사절단 담당 특사 자격으로 배석했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8월부터 네덜란드 대표팀을 두 번째 이끌고 있다. 알렉산더르 국왕은 1961년 수교 이후 네덜란드 정상으로는 최초로 국빈방한했다.

 알렉산더르 국왕은 회담에서 “히딩크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네덜란드 사람이고 네덜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뒤이어 발언권을 얻은 히딩크 감독은 “(국왕 등에게) ‘한국 사람은 흥이 있고 에너지와 정열이 넘치는 아시아의 라틴(남미) 사람 같다’고 소개했다”고 말했다. 이에 알렉산더르 국왕은 “나는 라틴 사람을 너무 좋아해 결혼까지 했다”고 히딩크 감독의 말을 받았다. 알렉산더르 국왕의 막시마 소레기에타 왕비는 아르헨티나 평민 출신으로 두 사람은 2002년 결혼해 화제를 모았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3월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때 열린 두 정상의 오찬에도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히딩크 감독이 퇴행성 무릎 관절염을 앓고 있는데 다시 감독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며 “한국에서 줄기세포 기술을 이용한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일본의 잘못된 역사인식에 관해 공감했다. 알렉산더르 국왕은 지난달 29일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가 주최한 만찬에서 “우리나라(네덜란드) 국민이나 병사가 (일본에) 입은 것(위안부 피해 등)을 잊을 수는 없다. 전쟁의 상흔은 지금도 많은 사람의 인생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희생자의 슬픔은 계속되고 있다”며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베르트 쿤더스 네덜란드 외교부 장관이 일본을 비롯한 동북아 문제에 관해 협조할 사안을 묻자 “한국과 일본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 실현을 위해 협력해야 할 동반자”라면서도 “역사 문제 인식, 특히 군 위안부 문제가 현안으로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곤 “위안부 할머니 54명이 살아 계실 때 일본이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담 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네덜란드 연구용 원자로 개선사업(Oyster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1900만 유로(약 254억원) 규모의 Oyster 프로젝트는 앞으로 추진할 5억 유로(약 6700억원) 규모의 원자로 건설사업(Pallas 프로젝트)의 전초전 성격이다.

허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