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바둑 세대교체 분수령 본인방전 도전기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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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最古)의 기전인 본인방(本因坊)전 도전기 개막전이 오는 14~15일 이틀간 제주도 핀크스골프클럽 내에 있는 포도호텔에서 열린다.

56세의 본인방 가토 마사오 9단과 23세의 도전자 장쉬 8단이 7번기로 맞서는 이 대회의 우승상금은 3천2백만엔(3억2천만원). 일본에선 기성전.명인전에 이어 랭킹 3위의 기전이다.

이번 제주도의 개막전엔 조치훈9단이 입회인(심판)으로 참여하고 유시훈9단과 '우주류' 다케미야 마사키(武宮正樹)9단 등이 해설을 맡는 등 중량급 기사들이 대거 내한한다.

본인방전은 1941년 처음 탄생한 세계 최초의 기전이다. 막부시대 일본 최대의 바둑가문이었던 본인방가는 세습제로 수장을 이어왔다. 그러나 세습제의 마지막 본인방인 슈사이(秀哉)명인이 본인방이란 이름을 기전 명칭으로 내놓으면서 현대적인 바둑대회가 탄생하게 되었다.

본인방전은 다카가와(高川格)9단이 초창기 9년 연속 우승했고 1998년 조치훈9단이 10연패를 달성하면서 대기록을 세웠다. 조치훈9단의 뒤를 이어 조선진9단이 한국인으로선 두번째로 본인방에 올랐고 지난해 노장 가토9단이 왕밍완 9단을 꺾고 왕좌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장쉬8단은 2001년에 이어 올해 두번째 본인방전 도전에 나선 신예강자. 얼마 전 기성에 오른 야마시타 게이고 9단, 10단전 도전자였던 다카오 신지 8단등과 함께 일본 바둑의 세대교체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젊은 기사다.

일본 바둑은 현재 중견과 노장.신예들이 팽팽히 맞서며 7대 타이틀의 임자가 모두 다른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가토뿐 아니라 조치훈9단.왕리청9단.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9단등 40대 강자들이 여전히 정상의 일각을 차지한 채 신예들과 맞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성에 이어 이번 본인방마저 신예에게 넘어간다면 일본 바둑도 세대교체 무드가 확연해질 전망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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