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가 셋 살해 '미시시피 버닝'주범 41년 만에 유죄 법의 심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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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레이 킬런(사진)에게 유죄 평결을 내립니다."

21일 미국 미시시피주 네쇼바 카운티 법원이 일순 조용해졌다. 곧이어 "이겼다"는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킬런(80)은 1964년 발생한 인권운동가 3인 살해사건의 주범. 백인 9명, 흑인 3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2급 살인(우발적 충동이나 과실.부주의 등으로 사람을 죽게 하는 것.manslaughter) 혐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41년 전 재판에서 전원 백인으로 이뤄진 배심원단이 외면했던 정의가 마침내 승리를 거두는 순간이었다.

당초 검찰은 킬런을 1급 살인(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살인하는 것.murder) 혐의로 기소했다. 1급 살인이 인정되면 최고 종신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고의성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했다. 배심원들은 1급 살인에 대해서는 무죄, 2급 살인에 대해서는 유죄라고 결론지었다. 희생자 3명에 대한 2급 살인 혐의로 각각 최고 20년형을 받게 될 경우 킬런은 60년을 복역해야 한다. 선고 공판은 23일이다. 킬런은 이날 법정구속됐다.

킬런은 64년 사건 당시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쿠 클럭스 클랜) 단원이자 침례교회 전도사였다. 피해자는 흑인 투표권 행사 등을 독려하던 뉴욕 출신 백인 청년 마이클 슈워너, 앤드루 굿맨, 네쇼바 카운티에 살던 흑인 청년 제임스 체이니 등 3명. 이들을 폭행한 뒤 총으로 쏴죽이는 음모에 공범 7명과 함께 가담한 혐의다. 그는 67년 민권법(Civil Rights Act) 위반 혐의로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기소됐으나 한 여성 배심원이 "성직자에게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고 버텨 결국 석방됐다. 인종차별 범죄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는 이 사건은 88년 앨런 파커 감독이 '미시시피 버닝'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해 한층 유명해졌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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