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SK㈜ 지분 매각 수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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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SK㈜ 경영권을 넘봤던 외국계 투자자인 소버린자산운용이 한 발 물러섰다.

소버린은 지난 20일 저녁 야간공시를 통해 SK의 경영에 참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공시에서 소버린은 "주식 보유기간 동안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확인한다"며 "투자목적을 경영참가에서 단순 투자로 바꾼다"고 밝혔다.

최태원 SK㈜ 회장과 2년 넘게 벌였던 경영권 싸움을 그만두겠다는 자세다.

소버린은 그동안 최대주주란 지위를 내세워 '분식회계의 책임이 있는 인물이 이사회 멤버가 돼서는 안 된다'며 정관 개정과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는 등 끊임없이 최 회장을 공격했었다.

SK는 소버린의 이 같은 태도 변화에 즉각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SK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투명경영 의지를 밝히고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소버린이 후퇴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소버린 측이 지분(14.82%)을 매각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SK㈜의 사외이사인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간 소버린의 행보로 볼 때 놀라운 변화"라며" 소버린은 주총에서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자 보유지분을 팔려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부분 소버린이 결국 지분 매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굿모닝신한증권 황상연 애널리스트는 "지난 3월 SK 주총에서 최태원 대표이사가 연임에 성공한 뒤 이른바 '소버린 효과'는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투자 목적 변경은 매각을 염두에 두고 시장의 반응을 살피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또 소버린이 적절한 투자자를 찾아 지분을 일괄매각(블록세일)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SK 측이 되사줄 가능성은 작고 장내에서 직접 팔 경우 시장에 충격을 줘 결과적으로 소버린 측의 이익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SK㈜는 23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월례 정기이사회에서 소버린의 입장변화와 관련해 논의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증권 임진균 애널리스트는 "SK의 수익성이 좋기 때문에 소버린의 입장 변화가 주가에는 그리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SK㈜의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이날 종가는 5만4900원으로 전날보다 1500원이 떨어졌다. 최근 국제유가 급등에 힘입어 연일 오르던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이승녕.최준호 기자

*** SK - 소버린 경영권 분쟁 일지

▶ 2003년

3월 26일:소버린, SK㈜ 지분 매입 시작

6월 17일:소버린, SK 지도부 교체 요구

▶ 2004년

2월 25일:최태원 회장 퇴진 요구

3월 12일:SK㈜ 주총서 소버린에 경영권 방어

10월 25일:SK 임시주총 소집 요구

12월 15일:법원, 소버린의 임시주총 신청 기각

▶ 2005년

3월 11일:SK㈜ 주총서 소버린에 경영권 방어

5월 13일:서울고법, 소버린 임시주총 소집 항고 기각

6월 20일:소버린 "경영 참여 않겠다"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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