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1000 … 이번엔 '둥지' 틀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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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종합주가지수가 1000선을 다시 넘었다.

15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8.19포인트(1.85%) 급등한 1001.94로 마감했다. 1300억원이 넘는 기관의 프로그램 순매수가 주가 급등을 견인했다. 외국인과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내다팔았다. 거래소 지수가 1000선 위로 오른 것은 지난 3월14일(1019.69)이후 3개월 만이다.

최근 증시는 ▶부진한 내수 회복 ▶국제 유가 급등 ▶북핵 갈등 ▶위안화 절상 가능성 등 잇단 악재에 휘둘렸지만 지수 900선을 꿋꿋이 지켜내며 반등하는 저력을 보였다. 증권사들도 대체로 올 연말까지 지수가 1100~1200선까지 오를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지수가 당장 네 자릿수에 안착하기는 힘겨워 보인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 큰 흐름은 좋다=증시 전문가들은 지수가 1000선에서 밀린 뒤 900대에서 잘 버티고, 석달 만에 다시 네 자릿수로 복귀한 데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매달 4000억~5000억원 이상 유입되는 적립식 펀드 등 간접투자자금이 시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약하긴 해도 내수경기가 바닥을 탈출할 기미를 보이는 점도 상승세에 힘을 보태 주었다. 하지만 원화절상과 세계 경기 둔화 등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주가는 돈의 힘에 의해 밀려 올라가는 '유동성 장세'의 성격이 강하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 센터장은 "시중의 부동자금이 갈수록 넘쳐나고 있어 증시로도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며"지수 1000선 회복을 계기로 자금 유입이 촉진될 수도 있다"고 낙관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위원은 "최근 주가는 과열 없이 완만한 계단식 상승세를 보여 큰 폭 조정도 없을 것"이라며 "특별한 악재가 돌출되지 않는 한 지수 1000선 안착이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 걸림돌도 여전=그러나 한편에선 코앞에 다가온 2분기 기업실적 발표가 부담스럽다. 또 상승장을 이끌 마땅한 주도주도 눈에 띄지 않는다.

한국투자증권은 주도 업종이 없어 지수 1000선 안착은 힘들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이 증권사 장재익 연구위원은 "2000년과 지난 3월 등 과거 지수가 1000을 넘었을 때 각각 정보기술(IT)주와 소재.산업주가 호황을 누리며 장세를 선도했다"며 "지금은 그런 업종이나 종목군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기전자주는 주력인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의 실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제약주들이 급등하곤 있지만, 증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보잘것없다. 최근 장세가 프로그램 매수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프로그램 매수가 들어오면서 자동적으로 대부분 우량주가 엇비슷하게 오르고 있다. 그러나 거꾸로 선물시장 등의 변화에 따라 프로그램 매도 주문이 늘어나면 무차별적으로 주가가 곤두박질할 위험도 따른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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