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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인이 장애인 행세, 구걸이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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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얼마 전 지하철에서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전동차 바닥에서 기며 구걸하는 사람을 봤다. 그간 많은 장애인 걸인을 보긴 했으나 그처럼 안쓰러워 보인 사람은 없었다. 다른 승객도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정말 많은 사람이 돈을 건넸다. 그가 내릴 때 마침 나도 내렸다. 몇 분간 그를 쳐다보던 중 어이없는 모습을 봤다. 전동차가 출발하자 갑자기 일어서는 게 아닌가. 정상인이었던 것이다. 그는 승강장 끝 부분으로 가더니 볼일까지 봤다.

어이없어 계속 지켜봤다. 반대편에서 지하철 오는 소리가 들리자 그는 다시 바닥에 앉았다. 그러곤 전과 같은 자세로 승차했다. 정말로 화가 났다. 지하철 장애인을 믿지 못하게 됐다. 물론 대부분의 장애인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조기남.서울 종로구 명륜동 4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