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를 위해 뼈를 희생하겠다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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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햇볕을 쬘 것이냐, 말 것이냐'. 햇볕을 즐기자니 피부가 검게 탈 뿐 아니라 노화가 걱정된다. 그렇다고 햇볕을 멀리 하자니 골다공증 등 뼈 건강이 마음에 걸린다. 최근엔 자외선에 의해 생성된 비타민D가 항암 효과를 지니고 있다는 연구 결과까지 제시됐다.

병원에 가서 물어봐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 내과 의사는 "햇볕에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 말라"고 하고, 피부과 의사는 "가급적 자외선을 피하라"고 권한다. "비타민D의 합성까지 막는 자외선 차단제는 없다"는 주장과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 비타민D의 생성이 최고 95%까지 줄어든다"는 주장도 팽팽하게 맞선다.

드림피부과 이호균 원장은 "자외선은 피부 세포의 DNA를 손상시키기 때문에 피부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검은색을 유발하는 멜라닌 색소를 평소보다 더 많이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게다가 자외선은 장기적으로 피부 노화를 촉진하고 피부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자외선이 사람의 피부와 건강에 나쁜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피부 질환인 백반증.요독성 소양증의 치료에 자외선이 활용된다.

체내에서 비타민D를 생성하는데도 자외선이 필수적이다. 이것이 비타민D를 '선샤인 비타민'(햇빛 비타민)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비타민D는 동물의 간.정어리.연어.참치 등 비타민D가 풍부한 식품의 섭취를 통해 얻거나 햇볕을 쪼인 피부에서 합성된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내과 임승길 교수는 "비타민D는 칼슘 흡수를 도와 뼈를 튼튼하게 하고 골다공증을 예방하지만 음식으로 보충하기가 어려우므로 적당하게 햇볕을 쬐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한다.

지난달 미국 하버드대 지오바누치(영양학) 교수는 비타민D 부족은 고혈압.당뇨병.대장암.유방암.전립선암.피부암의 유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발표해 '자외선 혐오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했다.

그렇다면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비타민D 합성에 필요한 자외선 노출은 어느 정도일까?

여의도성모병원 피부과 박현정 교수는 "하루 15분 가량 햇볕을 쬐면 비타민D의 합성에 충분하다"며 "한 부위를 20분 이상 쬐더라도 비타민D 합성은 더 이상 증가되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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