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의문수가 등장한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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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39기 KT배 왕위전'
제2보(21~35)
● . 원성진 6단 ○.옥득진 2단

백△는 신수다. A의 정석에서 한 줄 중앙 쪽으로 옮긴 것이다. 김수장 9단이 이 수를 보며 "비범한 수"라고 감탄한 것은 다음에 B로 한 수 더 둘 때 자세가 좋기 때문이다. C로 한 점이 움직여 나올 때 중앙전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 차이는 실오라기 같아서 승부와 거의 무관하다. 사실은 큰 대국인데도 옥득진의 사고가 이처럼 유연하게 작동한다는 것이 더 놀라운 점이다.

21의 협공은 절대의 한 수. 이제 백은 C로 뛰어나갈 차례이고(매우 크다) 검토실도 그렇게 예상하고 있었다. 한데 옥득진 2단은 끈덕진 장고를 이어가더니 22로 밋밋하게 벌려 둔다.

C로 움직이면 서로 중앙을 향해 한 칸씩 뛰어나가 급전의 양상이 된다. 아무래도 백이 약하기 때문에 흑이 편한 흐름이 된다. 22는 놓이고 보니 편하다. 욕심이 절제된 이 한 수에 관전하던 프로들의 고개가 다시 끄덕여진다.

원성진 6단도 고심 끝에 C의 큰 곳을 차마 두지 못하고 23으로 손을 돌린다. '참고도'는 백이 넓은 모습이라 의외로 만만치 않다고 본 것이다.

백의 흐름은 온유하지만 은근한 기세를 내뿜고 있다. 32만 해도 뒷맛에 개의치 않고 최대한 폭을 넓히고 있다. 지금까지 토너먼트 7연승. 한 판만 더 이겨 도전권을 따낸다면 더 이상 소원이 없을 것 같은 심정일 텐데 그런 초조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원 6단이 첫 번째 의문수를 두고 말았다. 33, 이 수는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C의 요소로 직행해야 옳았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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