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본비상 불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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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소, 먼저 가 있으시오. 나도 곧장 그곳으로 가겠소.】그러곤 술자리로 다시 들어갔다.
장 총장이 서올 소공동의 방첩대에 도착한 것은 10시30분이 조금 지나서였다. 그는 대기중인 이상국 준장에게 신경질적으로 쏘아댔다. 『그런 중대정보를 듣고도 이제야…이백일 이란 중령 한놈이 사단을 멋대로 움직이게 내버려뒀단 말이오. 그놈을 당장 체포하고 사단을 장악하시오.』그런 명령과 함께 김시진 장군, 이강배 대령, 그리고 헌병 1개 분대를 딸려 부대로 돌아가게 했다.

<지금 박정희 소장은 어디 있어.><신당동 자택에 있습니다. 한웅운 장경순 준장도 함께><누가 지키고 있소.><아침부터 대원들이 감시하고 있습니다.><좋아, 계속 행방을 지키시오.>그런 문답을 하면서 방첩대장이 상황설명을 시작했다.
출동예정 4개 부대의 지휘체계와 그속에 포함된 거사지위장교를 한눈으로 구분할 수 있는 도표였다.
제1지휘소는 ×관구 사령부며 박소장과 육본의 관련장교들은 24시 이전에 이곳에 집결한다는 것이 보고였다.
그러면서 방첩대는 육본의 비상을 건의했다.『아직은 그럴 것까지는 없어….』장 총장은 헌병과 수사기관에 한정된 비상을 걸었다. 그날 장 총장이 취한 1차 조처의 내용. 헌병감 조흥만 준장을 전화로 호출했다. 상황을 간략히 설명한 뒤 본부 헌병전원을 비상대기 시킬 것. 헌병차감 이광선 대령은 수사요원을 대동. ×관구 사령부로 긴급 출동해 관련장교 전원을 체포하도록 할 것. 이어 ×관구 사령관 서종철 소장을 호출했다. 상황을 간략히 설명하고 사령부를 장악하도록 지시했다.
그는 △사단장 안동순 준장을 불러 부대상황을 체크했다. 야간훈련 준비에 이상이 없다는 보고였다.<야간훈련은 없다. 훈련이란 거짓말이다.> 장 총장은 ○사단의 반란을 진압토록 했다고 알리고 훈련을 빙자한 출동을 단속하고 부대를 장악하라고 안 준장에게 지시했다.
그는 공수단을 불렀다. 단장 박치옥 대령이 즉시 나왔다. <단장이 왜 밤에 나와있나?><내일 훈련 때문입니다.><무슨 정보들은 것 없나?><없습니다.><정말인가? 그럼 상황변경이 있으면 즉시 보고하고 별도 명령이 있을 때까지는 움직이지 말고 비상 대기하라.>(이상 대화는 박치옥씨 증언)그런 전화지시를 한 장 총장은 특전감 장호진 준장에게 공수단 동태를 감시하라는 특명을 주어 부대로 급파했다.
장 총장은 이런 몇 가지 조치를 취한 뒤 방첩대를 떠났다. 다시 한식집 은성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를 확인하는 장창국 장군(후일 합참의장·6대 의원)의 증언. 『15일 미8군장성들과 골프를 친 뒤 돌아오니 장 총장이 음식점「은성」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7시까지 오라는 것입니다.
늦었지만 나가보니 장 총장과 육본정보참모부장 김용배 소장이 있더군요. 저녁을 들고 있는데 10시쯤 방첩대장 이철희 준장이 와서 뭔가를 보고 하더군요. 장 총장은 <곧 다녀올테니 먹으면서 기다리라>는 것입니다. 한참동안 기다린 후에야 장 총장이 돌아왔는데 아무 얘기도 안했습니다. 별것 아니라는 것입니다.
밤 12시께야 헤어져 집에 돌아가자고 있는데 밤2시가 됐을 때인가 비상이라며 ×××CIC로 나오라는 것입니다.
작업복에 권총만 차고 달려가 보니 군부거사가 시작됐다는 것입니다. 참모차장인 나를 완전히 돌려버린 데에 어이가 없었습니다.
장 총장의 의중에 짐작이 갔어요. 그 무렵 총리는 나를 불러 여러 가지 당부도 했고 저녁식사에 초대받기도 했거든요. 장 총리 측근이라고 보아 나를 따돌린 것이지요.』
장 총장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사이 사태는 급전하고 있었다. ×관구 사령부 서종철 사령관은 총장의 긴급명령에도 불구하고 사령부로 직행하지 않았다. 그는 육본헌병감실로 나와 헌병감 조흥만 준장을 만났다. 상황을 물었지만 조 준장 역시 정확한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전화로 사령부에 비상을 걸었다. 부대 직할 헌병대에 연락, 부대경비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그 날 사령부 당직사령은 서 사령관의 심복이던 하 중령이어야 했다. 그런데 부관참모 이경화 중령으로 바꾸어져 있었다. 거사당일의 당직사령이 하 중령이어서는 곤란하다고 판단한 김 대령은 하 중령을 상급부대인 ×군사령부 공병참모 박기석 대령을 만나라고 출장을 명령하고 이 중령으로 교체한 것이다.
마침 박 대령이 거사동지여서 가짜 출장명령이 가능했다는 것이 김 대령의 얘기다. 어쨌든 그 날 하 중령이 출장중이니 부대 상황을 알 수도 없고 겁도 나고…그런 상태에서 서 사령관은 참모장 김재춘 대령만을 호출했다. 김재춘씨의 증언.
『정보가 샜다는 급보를 듣고 허겁지겁 부대로 돌아왔더니 서 사령관이 찾아서 야만이라는 겁니다. 전화를 했더니 <부대가 엉망인데 어딜 다니느냐>고 고함을 칩디다.
순간 모르고 있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이 나옵디다.<별일도 없고 해서…>라고 얼버무렸더니 <당장 헌병중대를 보낼테니 모두 잡아넣어>라고 하는 것입니다. <누굴 잡아넣습니까?>라고 시치미를 뗐더니 <참모장은 병신이야. 관련 장교를 모두 구속하고 부대를 수습하라>고 명령을 하더군요.』(연재1회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