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6자회담 주도권 놓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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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13일 만났다. 6.15 남북 공동선언 5주년을 맞아 김대중도서관이 마련한 국제학술대회에서다. 두 사람은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와 북핵 문제 등을 화제로 덕담을 나눴다.

▶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가 13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 기념 학술회의를 마친 뒤 여야 대표들과 손을 잡고 밝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 김 전 대통령, 이희호 여사,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한화갑 민주당 대표.사진공동취재단

노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6.15선언이 없었다면 북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지금 같은 상황을 유지할 수 있었겠는가를 생각할 때 그 역사적 의미는 정말 크다"며 "큰 업적을 이뤄내고 평생을 남북 화해협력에 헌신해온 김 전 대통령께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DJ도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이번 회담은 일부의 우려를 씻는 성과 있는 회담이었다"며 "외교적 성과와 노고에 대해 국민적 감사를 드린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개회식 전 20여 분간 따로 만나 환담했다. "미국 방문이 잘된 것 같다"는 DJ의 인사에 노 대통령은 "김 대통령께서 준비를 잘해 놓으시고 각별히 배려해주신 덕"이라고 대답했다. DJ는 "부시 대통령 하고 얘기하면서 분위기가 좋았다면서요"라고 거듭 관심을 보였고, 노 대통령은 "말보다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주고받은 말은 그냥 전달하면 되는데 분위기 전달이 어려웠다"고 답했다.

연설이 끝난 뒤 DJ는 노 대통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단상 아래로 내려가 퇴장하는 노 대통령 내외를 행사장 입구까지 배웅했다.

?"북한의 안전보장과 경제제재 푸는 게 핵심"=DJ는 기조연설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은 하루속히 6자회담에 참석해 북측의 요구를 당당히 개진하라"고 촉구했다. DJ는 대북 제재조치와 관련, "미국이 북한에 대해 주고받는 협상을 확실하게 약속하지 않은 채 징계만을 앞세운다면 중국.러시아 등 대부분의 6자회담 당사국들이 이에 동의할지 의문"이라며 "협상 후에도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 그때 6자회담 참여국들이 엄격한 대응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6자회담에서 조정역할을 해야 하는데 주도권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DJ는 여야 대표들도 만났으며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에겐 "이니셔티브를 갖고 잘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에게는 "한 대표는 내 뜻을 잘 아니까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향해선 "한나라당이 대북 태도를 많이 시정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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