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4, 한국선 78만원 미국선 32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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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달 초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에 따른 이동통신 시장의 혼란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단통법을 두고 ‘단지 통신사를 위한 법’, 국민과의 소통을 끊은 ‘단통(斷通)법’이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특히 법 시행 이후 국내 소비자의 스마트폰 구매 비용이 미국·일본에 비해 크게 늘어난것 아니냐는 소비자의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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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4의 출고가는 한국에서 95만7000원, 미국에서는 825.99달러(약 88만7000원)다. 한국 출고 모델에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와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드(LTE-A)가 적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출고가 차이는 미미하다.

 하지만 유통망에서 직접 단말기를 구입할 때의 가격차는 두배가 넘는다. 미국의 경우 버라이즌에서 월 60달러 이상 요금제로 2년 약정을 하면 299.99달러(약 32만2000원)에 노트4를 구입할 수 있다. 반면 국내에선 보조금을 최대한 받아도 78만9000원을 내야한다. 이는 갤럭시 S5나 G3 등 다른 국내 제조사 모델도 비슷하다.

 아이폰6도 미국에선 2년 약정시 구매 가격이 199달러 정도다. 일본의 AU·소프트뱅크에선 번호이동, 2년 약정 조건으로 고가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공짜로 구매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아이폰6가 출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아이폰5s와 같은 보조금을 준다고 가정했을 때 구입가격이 64만원이나 된다.

 이는 미국 등에서는 단통법 규제로 묶여있는 국내와 달리 보조금 경쟁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최대한 받을 수 있는 보조금에 제한이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런 제한이 없다. 스마트폰 보조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며 ‘단통법 폐지 서명운동’이 벌어지는 등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하지만 보조금이 투명하게 공시되는 해외와 극심한 이용자 차별을 줄이기 위해 단통법을 시행한 한국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예컨대 미국에선 월 55~60달러 미만 요금제에 가입하면 별도로 주어지는 보조금이 거의 없다. 반면 한국에선 저가 요금제 가입자에게도 반드시 지원금 혜택을 주도록 했다. 미래창조과학부 류제명 통신이용자제도과장은 “같은 논리를 적용한다면 저가 요금제에서는 한국 소비자의 혜택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며 “아직 법이 시작된지 10여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기기변경이나 중고폰 가입자가 늘어나는 등 의미있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단통법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정부 내에서도 통신요금과 스마트폰 출고가가 내려가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스마트폰 보조금 규모가 축소된 만큼 통신·제조사가 단말기 가격과 통신료 거품을 빼는 노력을 해야 단통법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휴대전화 오픈마켓 ‘착한텔레콤’의 박종일 대표는 “앞으로 단통법의 성공 여부는 가계통신비가 줄어들었다는 점을 소비자가 어느 정도 실감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경쟁 완화로 줄어든 마케팅 비용을 요금 인하로 유도하는 정책이 뒷받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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