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원정대 엄홍길 등반대장 무선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 (출처=imbc)

고 박무택씨의 시신 수습에 성공한 엄홍길 등반대장과 29일 낮 12시20분(한국시간 오후 1시20분)쯤 무전교신이 이뤄졌다. 엄 대장은 "눈보라가 닥쳐 하산 길이 걱정된다"면서 "백준호와 장민을 찾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다음은 교신 내용.

-시신 상태와 수습에 어려움은 없었나.

"박무택의 시신은 완전 얼음덩어리였다. 그동안 쌓인 눈이 녹고 얼기를 반복하면서 두터운 얼음층이 생겼다. 시신은 절벽에 붙어있었는데, 떼어내는데 3시간이 걸렸다. 무게가 100kg이 넘어 끌어올리는데도 힘이 들었다."

-운구는 어떻게 이뤄지나.

"꽁꽁 언 시신이 다리가 구부러진 상태여서 미리 특수 제작한 구조용 색에 수습하지 못했다. 로프로 묶어 운구할 계획이다. 문제는 캠프3으로 가는 길목에 50m가량 깎아지른 절벽 구간 통과다."

-날씨는 어떤가.

"정상 부근에는 곧 눈보라가 몰아칠 것같다. 서둘러야 한다. 자칫 눈보라에 갇히면 시신에 돌무덤을 쌓고 일시 후퇴하는 방안도 생각 중이다."

-백준호,장민 대원의 시신은.

"실종된 8450m 지점 아래부터 샅샅이 수색하며 올라갔는데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눈 때문이다. 못내 아쉽다."

▶ (출처=imbc)

-정상에 오른 다른 원정대보다 늦게 구조작업에 나섰는데.

"정상 정복은 날씨가 잠시만 좋아도 가능하다. 사진만 찍으면 되니까. 그러나 시신 수습은 하루정도 계속 날씨가 좋아야 된다. 5~6명의 구조대가 발을 맞춰가며 운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일정은 어떻게 되나.

"일단 캠프3에서 하루를 보내고 베이스캠프로 하산한다. 3~4일 걸릴 것같다. 이후 인근 자롱북사원에서 티벳트 불교의식으로 화장해 한국의 유족에는 유골을 전달할 계획이다."

-지금 소감은.

"시신 수습에 성공하니 묵은 숙제를 해결한 기분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14+2(히말라야 8000m 고봉 14좌+2개의 위성봉)'의 마지막 종착지인 로체 샤르(8400m) 원정을 떠날 수 있을 것같다. 그렇지만 두 대원을 찾지 못해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디지털뉴스센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