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현 만루포… 통산 100호 홈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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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두산의 고참 2루수 안경현(35.사진)이 개인 통산 100호 홈런을 만루포로 장식했다. 그것도 승부를 결정짓는 통쾌한 결승 만루포였다.

안경현은 25일 광주구장에서 벌어진 기아와의 원정경기에서 4-4로 팽팽하게 맞서던 7회 초 2사 만루의 상황에서 기아의 세 번째 투수 윤석민의 초구 슬라이더를 끌어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기록했다.

6번 타자인 안경현은 찬스에 강하지만 힘이 썩 좋은 타자는 아니다. 1992년 두산에 2차 지명된 그는 지난해까지 13시즌을 뛰면서 통산 0.274의 타율과 97개의 홈런을 기록한 전형적인 중장거리타자다.

그러나 안경현은 100개의 홈런을 때리면서 8개의 만루홈런을 기록한 셈이어서 '만루홈런의 사나이'로 불릴 만하다. 12.5개마다 한 개는 그랜드 슬램을 뽑아낸 것이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만루포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삼성의 심정수(11개)다. 그는 통산 274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지만 24.9개마다 한 개의 만루포를 때렸으니 질에서는 안경현에게 뒤진다. 안경현의 만루홈런은 프로야구 통산 408개째였으며 올 시즌에는 15번째 기록된 것이었다.

두산은 안경현의 홈런과 장원진, 그리고 임재철의 시즌 첫 홈런 등 3발의 아치를 그리는 장타력을 앞세워 기아를 8-6으로 물리쳤다. 기아 선발 리오스는 3연승을 마감하고 4승5패를 기록했다.

잠실에서는 4위 LG가 3위 롯데를 9-3으로 물리쳐 전날의 패배를 깨끗이 설욕했다.

이날은 이순철(44) LG감독과 포수 조인성(30)의 생일이어서 기쁨은 두 배였다. 조인성은 경기 시작 전 떡을 들고 이 감독 방을 찾았다. 조인성이 포장떡을 내놓으며 "오늘 제 생일입니다"라고 인사하자 떡을 받은 이 감독은 "나도 오늘 생일이다. 축하한다"고 짧게 인사를 건넸다.

이 감독은 이어 조인성에게 "떡보다 승리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전했고, 조인성은 "네, 오늘은 꼭 한 건 하겠습니다"라며 방을 나갔다. 8번 타자인 조인성은 이날 4타수 1안타, 2득점을 올려 이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연속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LG 박용택은 4타수 2안타를 쳐 18게임 연속안타를 기록했다. LG선발 최원호는 6이닝을 4안타 3실점(2자책)으로 막아 5승째(2패)를 올렸다.

성백유 기자, 잠실=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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