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졸리의 입술, 피트의 턱뼈 … 이성을 홀리는 무기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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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우리는 꼬리치기 위해 탄생했다
스티븐 다얀 지음
서영조 옮김, 위즈덤하우스
316쪽, 1만5000원

인간은 왜 아름다운 것에 끌릴까. 강동원·조인성·김태희·전지현의 아름다움은 어째서 브라운관을 넘어 많은 사람을 홀리는 것일까. “외모는 중요한 게 아니다” “외모로 먹고 살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도 많지만 우리는 본능적으로 외형적인 조건에 이끌리는 듯하다.

 미국 성형외과 의사인 저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을 홀리는 이 아름다움의 정체를 태곳적 인간에게서 찾는다. 원시의 인간은 나의 유전자를 미래로 잘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즉 나의 아이를 건강하게 그것도 많이 낳을 수 있는 사람에게 끌렸다. 생존 본능은 생식 능력을 중요하게 만들었고, 이는 곧 미의 기준으로 진화하게 된다. 그러니까 “예쁘다”는 말은 “아이를 잘 생산하게 생겼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철저히 진화생물학적 고찰이다.

 예를 들어 보자. 남성들이 앤젤리나 졸리처럼 흰 피부와 도톰한 입술의 여성에게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흰 피부와 도톰한 입술은 여성의 나이가 어리고 생식 능력이 왕성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성이 브래드 피트처럼 튼튼한 턱뼈에서 야성미를 느끼는 이유는? 턱뼈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풍부하게 공급될 때 발달한다. 완벽한 대칭의 얼굴, 잡티가 없는 깨끗한 피부, 풍성한 머리숱, 여성의 엉덩이와 허리의 비율(1:0.7) 등은 유전적으로 건강하다는 신호이므로 미의 기준이 된다.

 그런데 선천적인 조건만이 짝짓기 경쟁의 무기가 된다면 이거 좀 억울하다. 저자는 자세·냄새·화장술·복장·스펙으로도 없던 매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동물과 인간의 다른 점이다. 특히 자신감 있는 태도와 미소는 엄청난 무기다. ‘대비 효과 이론’도 있다. (의구심이 들지만) 자신보다 못생긴 친구와 다니면 훨씬 더 이성에게 어필 할 수 있다.

 성형외과 의사답게 성형도 권한다. 성형으로 자신감이 올라간 사례를 제시하며 간단한 시술만으로도 균형있고 젊은 얼굴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떻게 ‘성형 따위를 권하냐’고 따진다면, 저자는 이렇게 꼬집을 것이다. “아름다워지려는 욕구는 진화의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므로 미용상 처치를 받는 걸 허영심으로 깎아내리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부인하는 일이다.”(297쪽)

 유혹의 기술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이 책이 유용할 것이다. ‘꽃향기는 남성의 발기를 유도한다’ ‘자몽향은 다섯 살쯤 어려보이게 한다’ 등의 팁을 과학적 증거와 함께 귀띔해주기 때문이다. 다만 외적 아름다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인간을 민낯 그대로 대면하는 것은 불편하다. 원래 예쁘거나, 가꾸지 않으면 생식 경쟁에서 도태된다고 하니 이상한 반발심도 생긴다. 그러니 이 책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넘긴다. 인간의 미적 본능을 ‘불편한 진실’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본능을 뛰어넘어 내면의 아름다움에 더 귀 기울일 것인가. 책의 원제는 『Subliminally Exposed』이다. ‘은연중에 노출된’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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