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사드 암살단 주역 하라리 87세로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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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972년 뮌헨올림픽 중 이스라엘 선수단 숙소에 침입, 결과적으로 11명을 숨지게 한 팔레스타인 테러조직이 ‘검은 9월단’이다. 이스라엘은 6년 3개월에 걸쳐 그 조직의 지도자들을 모두 암살했다. 영화 ‘뮌헨’의 소재이기도 한 이른바 ‘신의 분노’ 작전이었다. 이 작전을 이끌었던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 마이크 하라리(사진)가 22일(현지시간) 텔아비브 자택에서 87세로 숨졌다. ‘이스라엘 제1의 스파이’란 칭호를 들었던 하라리는 1927년 텔아비브에서 출생했으며 16세 때 이스라엘 무장군에 합류해 싸웠다. 2차 세계대전 후엔 유럽에 있는 유대인들의 이스라엘 밀입국을 도왔다. 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엔 정보기관에서 일했다.

 고인은 70년 모사드의 카이사레아 작전본부의 책임자가 되면서 암살전담팀인‘키돈’을 만들었다. 당시 그가 책임진 대표적인 작전이 신의 분노였다. 뮌헨에서 속수무책으로 이스라엘 선수단이 숨지는 걸 본 고인은 그 해 말 리비아 대사관의 하급직원으로 위장 취업해있던 아델 즈와이테르를 시작으로, 73년 검은 9월단의 책임자 아부 유세프에 이어 79년 지도부 중 유일한 생존자이자 ‘붉은 왕자’로 불렸던 작전사령관 하산 알리 살라메까지 암살했다. 검은 9월단을 붕괴시킨 것이다.

 하라리는 76년 우간다 엔테베 공항으로 납치됐던 에어프랑스의 이스라엘 인질 구출작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80년 은퇴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 안보를 위해 싸운 위대한 전사 중 1명”라고 기렸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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