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스승 - 제자 청와대 비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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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스승과 제자가 청와대에서 나란히 비서관으로 근무하게 돼 화제다.

최근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에 발탁된 김진경(52)씨와 양정철(41) 홍보기획비서관이 주인공.

두 사람의 인연은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 비서관이 서울 구로구 궁동 소재 우신고에서 국어교사로 교편을 잡았을 당시 고교 2학년이던 양 비서관(7회)이 그의 가르침을 받은 인연이 있다.

양 비서관은 "김 선생님은 국어를 가르치면서도 사회 부조리 문제를 학생들과 함께 고민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양 비서관은 특히 "학과 시간뿐 아니라 방과 후에 김 선생님과 삼삼오오 모여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면서 각종 역사 및 철학서적 등을 접할 수 있었다"면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몰라도 이때 같이했던 상당수가 이후 대학 운동권의 지도부가 됐으며, 김 선생님은 나를 운동권으로 접어들게 해 준 은사"라고 전했다. 양 비서관은 한국 외국어대 운동권 조직인 자민투위원장을 지냈다.

김 비서관의 제자 중 운동권 출신 정치권 인사로는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6회)이 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고 의원은 "김 선생님은 80년 광주의 실상을 처음 전해준 분"이라며 "얘기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선생님과 우리 반 친구들이 1시간 내내 숨죽여 울었던 적이 있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이 밖에 청와대 참모 가운데 서주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기획실장(1회)과 김선수 사법개혁비서관(3회)도 우신고 출신이다. 두 사람은 김 비서관이 부임하기 전에 졸업해 직접 배우지는 않았다고 한다.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김 비서관은 교육운동가이면서 시인.동화작가 등으로 활동해 운동권에선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85년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투옥됐으며 출옥한 뒤 전교조 결성을 주도했다.

김 비서관은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 때문에 15년가량을 교단에 서지 못하다 지난 2000년 복직한 뒤 2003년 사직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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