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작곡집펴낸 김순애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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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작곡가에 있어서는 작품을 길이 남긴다는 점에서 무대위의 연주보다 출판이 더 문제시됩니다. 그동안 어려웠던 병상생활을 청산하고 작곡에 바친 40여년의 작업들을 정리하고픈 심정으로 이 작곡집을 출판했습니다.』
22일 YWCA에서 『교향곡과 관현악을 위한 주오곡』 출판기념회를 가진 여류작곡가 김순애씨(이대작곡과장)의 소감이다.
53년 『김순애가곡집』을 시초로 57년 『김순애동요가곡집』, 72년 『성의 꽃너머로 그 노래 소리가』에 이은 4번째 작곡집발표인 셈이다.
이미 『4월의 노래』『그대있음에』『네잎클로버』『물레』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작곡가 김씨는 이화여전1학년때인 43년 김세형교수에게 화성학을 배운 계기로 이스트먼 음악학교를 거쳐 프랑스 네덜란드 등지에서 유학생활을 보낸후 모교인 이화여대에 몸담은지 30여년, 지금 그녀의 나이 61세다.
『파리에서의 유네스코장학생시절, 「어떠한 목적으로 당신이 받은 장학금에 보답하겠는가」라는 질문에 「고국에 돌아가 각곡분야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대답하던 기억을 늘 되새깁니다. 내 삶의 전부가 악상을 다듬는 작업이었기에 이많은 악상을 어떻게 편집하겠는가란 문제로 환갑이 넘은 이 나이에도 하루해는 짧기만 합니다.』
요즈음 김씨는 작곡집출판이외에도 오페라 『직녀야 직녀야』(가제) 완성을 앞두고 마지막 마무리작업으로 분주하다.
피아노와 오선지, 그리고 까만 연필만으로 곡을 만드는 김씨는 『별 도구가 필요치 않아 작곡가는 늘가난한 방법으로 사나봅니다』고 얘기한다.
『오선지를 앞에두고 절대 무서워 하지않고 생활처럼 작곡한다』는 김씨의 지칠줄모르는 창작에의 애착은 그동안 『성의 꽃너머로 그 소리가』『역사에 비친 음악가들』이란 두권의 에세이집을 펴내기도.
앞으로의 계획은 닥쳐온 오폐라 공연준비와 어린이를 위한 동요가곡집, 그리고 가장 애착이 간다는 관현악을 위한 합창곡 『당신은 새벽에 나의 모든 것을』등의 작품을 다시 손보는 것이라고.
작곡가 김씨는 6·25를 겪으면서 남편 김형노교수와 헤어진뒤 세딸 초은 초영 초진을 미국에 출가시키고 지금은 후암동자택에서 홀로 악상을 다듬고있다.[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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