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에서 위안부 강제동원 내놓으라는 일 언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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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일부 일본 언론인들이 일본군 위안부가 강제동원됐다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노광일 대변인이 이에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왜 외면하려 하느냐”고 강한 어조로 대답하면서 일순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2일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요미우리(讀賣) 신문 기자는 “아사히 신문이 ‘제주도에서 여성들을 위안부로 강제 연행했다’는 요시다 세이지씨의 증언을 허위로 인정하면서 기사를 취소했다. 위안부가 강제연행됐다는 설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가 하나 없어진 셈인데,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당시 일본 정부나 일본군이 조직적으로 (위안부를)강제연행했다고 주장하느냐”고 물었다.

최근 일본 우익세력은 위안부 피해의 진실을 밝히는 아사히(朝日)신문의 보도를 극렬히 비판하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도 아사히 신문 공격에 앞장서고 있는 보수 언론 가운데 하나다.

노 대변인은 요미우리 기자의 질문에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잘 알고 계실텐데, 그 고노담화 자체도 요시다씨의 증언에만 기초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요시다씨의 증언이 강제성을 입증하는 유일무이한 증거였다면 그런(증거가 사라졌다는) 일부 생각이 맞을 수도 있지만, 강제성을 입증하는 자료는 부지기수로 많다. 특히 가장 생생한 것은 피해할머니들의 육성 증언으로, 이를 간과해선 안된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번엔 마이니치(每日) 신문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고노 담화는 잘 알고 있지만, 방금 질문은 강제연행을 사냥된 것처럼, 인간 납치처럼 끌려갔다는 것을 주로 문제삼는 입장에서 질문한 것 같다. 그런 면에 있어서 강제성에 대한 한국 정부의 견해가 어떤 것이냐”는 내용이었다.
노 대변인은 “‘강제성’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서는 여러분들도 상식적으로 아는 것 아니겠느냐. 지금 말씀하신 ‘끌고 갔다’ 그런 것은 증언을 들어보라”고 했다. 그리고 “여러분은 그렇게 생생한 증언을 들으면서도 왜 외면하려고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만인이 알고 있는 것은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로마법 이래로 내려오는 일반 법 원칙”이라며 “그런 법 원칙은 일본 법 체계도 인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요미우리 기자는 “그 증거, 그걸 소개 부탁드린다”고 다시 요청했다. 이에 노 대변인은 한숨을 쉬며 “제가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싶진 않았는데…. 최근 45일간 중국 측에서 전범자들의 자백서를 공개한 바가 있다. 그 내용에도 생생히 기록돼 있다”고 답했다. 더이상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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