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제자 성추행 뒤 '감기에 걸린 셈 치라'며 사건 은폐 교수 파면 정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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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제자를 성추행한 뒤 "감기에 걸린 셈 치라"며 사건을 덮으려 한 대학교수의 파면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차행전)는 수도권의 한 대학 교수였던 A씨가 "파면 처분을 취소하라"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2012년 3월 회식자리에서 만취한 제자 B씨를 모텔로 데려가 3시간 동안 추행했다. 며칠 뒤 B씨가 항의하자 A씨는 "그날은 서로 좀 실수한 것 같다. 잠깐 감기 걸린 셈 치라"고 말했다. 화가 난 B씨는 A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이 사실이 언론 등에 알려지면서 학교 측은 같은 해 4월 A씨를 파면했다. A 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았으나 1심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며 파면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는 배우자가 있을 뿐 아니라 학문 연구와 학생 교육에 전심전력해야 할 대학교수 신분으로 미성년을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자와 부적절한 목적을 위해 모텔에 투숙했다"며 "이는 사회통념상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해 학교의 위신을 떨어뜨린 점 등을 고려할 때 지나친 징계가 아니다"고 판시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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