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재건축 규제 완화 좋지만, 서민 어려움도 살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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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토교통부가 어제 내놓은 ‘9·1 부동산 대책’은 ‘부동산판 경기 활성화’의 결정판이라고 할 만하다. 재건축·재개발 등 재정비 규제 완화, 청약제도 개편, 기부채납 축소 등 과거 부동산 과열기 때 만들어져 주택시장에 부담을 줬던 ‘낡은 제도’를 모두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정부 의도대로 주택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대책의 초점은 재건축 규제 완화다. 재건축 연한 상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10년 줄이고 안전진단 때 주거환경 비중을 높이며 공공관리제도를 공공지원제로 바꾸기로 했다. 이미 국회에 계류 중인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소형주택 의무비율 폐지 등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재건축을 가로 막는 걸림돌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재건축 아파트는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강남 재건축이 뜨면 부동산 시장도 함께 뜨고 재건축이 가라앉으면 시장도 함께 가라앉았다. 정부로선 재건축 규제 완화→강남·목동·분당 주택 시장 활성화→수도권 주택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는 ‘재건축 신화’ 재연을 노려볼 만하다. 정부가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해 신도시 개발을 중단하고 3년간 대규모 공공택지 지정을 중단하기로 한 것도 ‘재건축 밀어주기’ 성격이 짙다. 대규모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들면 재건축의 매력이 더 커지게 된다.

 정부가 이처럼 시장에 일관성 있는 신호를 보내고 주택 매매 수요를 자극하는 것은 가라앉은 부동산 시장을 되살리는 데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변화로 규제 완화가 과거처럼 집값 폭등이란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재건축 활성화는 가뜩이나 고공 행진 중인 전셋값을 자극해 전세난을 부추길 수 있다. 임대주택 축소는 서민 주택난을 키울 수 있다. 규제 완화로 인한 과실이 특정 계층에게만 돌아가고 서민의 어려움이 더 커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