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LCD 패널 해외생산 길 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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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LG디스플레이 8.5세대 LCD패널 공장 준공식에서 조준호 ㈜LG 사장,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구본무 LG그룹 회장, 천잰화 광저우시장, 천즈잉 광저우개발구주임(왼쪽부터)이 기념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해외에서도 대형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생산한다. 세계 최대 TV 시장인 중국에서다. LG디스플레이는 1일 오후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첨단기술산업개발구에 위치한 8.5세대 LCD 패널 공장에서 준공식을 가졌다.

 축구장 20개 크기인 12만㎡(3만7000평) 규모의 광저우 패널 공장은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개발구와 중국 프리미엄TV 1위 업체 스카이워스와 만든 합작사(LG디스플레이 차이나)를 통해 설립했다. 총 40억 달러(4조원)가 투자됐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중국에서 대형 TV 수요가 늘면서 생산기지로서 투자도 확대하게 됐다”며 “광저우 공장을 세계적인 LCD 클러스터(산업단지)로 키워내겠다”고 말했다. 공장 옆에는 2007년부터 가동 중인 광저우 모듈 공장과 협력사 단지가 자리잡고 있어, 전체 클러스터는 200만㎡(60만평)에 달한다. 소재와 장비를 공급할 국내 중소기업 6곳도 이곳에 합류할 예정이다.

 광저우 패널 공장에서는 가로 2200mm, 세로 2500mm 크기의 8.5세대 유리 기판을 다룬다. 이 원판 한 장에서 55인치 LCD 패널 6장이 나온다. 지난 7월부터 이곳에선 UHD(초고화질)·풀HD급 해상도의 42인치 이상 TV용 LCD가 월 6만장(원판 기준)씩 생산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내 대형 LCD TV 수요를 감안해 2016년까지 월 12만장으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광저우 패널 공장은 LG디스플레이의 해외 첫 패널 생산지다. 이전까지 LCD TV의 핵심 기술이 담긴 패널은 국내에서만 만들었다. LG디스플레이의 해외 생산거점인 중국·폴란드·멕시코 공장들에는 모듈 공장만 뒀다. 국내에서 가져온 패널을 여기서 조립해 해외 TV제조사들에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기술 유출 위험을 우려해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LCD는 중국업체들이 빠르게 뒤따라와 기술 유출 부담이 줄었다”며 “이제는 급증하는 중국 수요를 맞추는 동시에 원가를 절감해야할 필요가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시장이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중국서 매출의 3분의 1(29.4%)을 벌었다. 중국 소비자 수요 뿐만 아니라, 중국 TV제조업체들이 해외로 수출하는 물량도 늘고 있어서다. 그만큼 대만·중국의 디스플레이 업체들과 경쟁도 치열해졌다.

 중국 정부의 압박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2012년 32인치 이상 LCD 패널 관세율을 3%에서 5%로 올렸다. 최근에는 8%까지 올리려는 의지도 비치고 있다. 수입 패널은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내년부터 중국 정부는 LCD 패널 자급률을 현재의 60%에서 80%로 올리며 패널 수입량을 더 줄일 방침이다. 이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해 10월부터 중국 쑤저우에서 패널 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날 준공식에는 참석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어려운 시기에 LG디스플레이 광저우 패널 공장에 큰 투자를 했는데) 생각보다 잘 돼 얼마나 좋으냐”며 “향후 LG는 중국 내수 시장을 겨냥한 전략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그동안 중국을 주로 비용 절감을 위한 생산기지로 활용했는데 앞으로는 내수시장 자체를 노린 전략으로 바꾸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행사엔 조준호 LG 사장, LG전자 김종식 사장 등 LG계열사 주요 경영진과 GS건설 허명수 부회장이 참석했다. LG디스플레이로부터 TV 패널을 공급받는 스카이워스·창홍·하이센스·콩카·TCL 같은 중국의 주요 TV 제조사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했다. 5년만에 중국 내 LG사업장을 찾은 구 회장은 2일 광동성 후춘화 서기와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LG그룹은 LG전자·디스플레이·이노텍·화학·하우시스·생활건강 등 6개 계열사에서 중국 내 34곳의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LG화학도 이달 중 난징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 생산공장을 착공한다.

광저우=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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