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노트] 성공 뒤에 숨은 땀방울을 먼저 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쉰살이 다 된 주부 유모씨는 몇 년 전부 터 치즈케이크에 관심을 가졌다. 3년간 집에서 직접 치즈케이크를 만들며 공부했고 2년 전 가게를 냈다.

번듯하게 가게를 차릴 수도 있었지만 소박하게 출발했다. 그녀의 점포는 치즈케이크 전문점 입지로는 마땅한 곳이 아니다. 젊은층 유동인구도 적고 골목 안 외진 곳에 자리잡아 가게 간판은 유심히 살펴야 겨우 눈에 띈다.

점포 규모는 30평 남짓. 이곳에서 2년동안 유씨는 직접 치즈케이크를 만들어 내놨고, 고객들이 맛을 보고 평가해줄 때 보람을 느꼈다. 종업원 한 사람을 두고 운영하는 유씨의 순수익은 월 4백만원 정도. 투자를 많이 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꿈을 이루는 과정에 있기에 수입에 큰 불만은 없다.

그녀는 요즘 사업 확장을 생각하고 있다. 보다 많은 창업자들에게 치즈케이크 기술을 전수하고 이 업종이 확산되길 은근히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에게 난감한 것은 치즈케이크 가게를 열려고 하는 사람들이 단숨에 성공하는 비결을 자주 묻는 것이다.

"저는 3년 동안 혼자서 치즈케이크를 만들고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2년 동안 열심히 가게를 운영한 경험이 있고요. 그것도 모자라 2년간 매일 한시간 가량 걸리는 출퇴근 전철 안에서 경영서적을 뒤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열흘 정도 배우고 저처럼 되기를 바라더군요."

성공한 사람들을 모델로 삼아 창업에 도전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 성공 뒤에 녹아있는 땀방울은 보지 못하고 단번에 성공이라는 정상으로 뛰어 오르고려 한다. 백조가 우아하게 물 위에 떠있기 위해 물밑에서 얼마나 바삐 발을 움직여야 하는지는 모른다는 얘기다.

리더는 카리스마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카리스마를 갖게 하는 요소 중 하나가 신비로움이라고 한다. 여기서 신비로움은 멋진 외모에서 느껴지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진정한 신비로움은 ▶장인 같은 솜씨▶전혀 흐트러짐이 없는 일관성▶ 새벽 3~4시까지 술을 마셔도 정시에 출근하는 정신력▶쉼없는 정보 수집 노력 등에서 나온다.

그런 신비로움을 유지하기 위해 카리스마를 지닌 리더들이 보이지 않는 노력을 얼마나 많이 들이는지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그저 '대단한 사람이야'라고 한마디 한다. 창업에서의 성공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www.changupok.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