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의 도가니…예상 뒤엎은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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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선수들과 3천여 응원단이 서로 붙들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지방의 수원여고가 전국 여고농구를 제패한 11일의 장충체육관은 감격의 도가니였다.
수원여고가 서울의 강호들을 모두 제치고 우승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을 못했다.
그렇지만 수원여고의 전국제패는 우연한 결과는 아니었다. 최성일 코치(29)의 광적인 농구에 대한 집념과 정광욱 교장(67)의 선수들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엮어낸 이중주였다. 무역회사에 다니던 최 코치는 수원여고가 마땅한 코치가 없어 곤란을 겪고있다는 선배들의 얘기를 듣고 지난해 1월 무조건 코치를 자원했다.
최 코치는 수원 삼일실고와 경기대를 거치는 동안 선수로는 무명이었지만 코치로 한번 못 이룬 농구의 꿈을 펴보자는 것이었다.
수원여고는 공립이어서 지원이 부실할 수밖에 없어 지난 1년 동안 수없이 회의 속에 빠지기도 했다. 한달 15만원의 박봉은 차치하고 합숙소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불편이었다. 서울의 강호들을 이기기 위해선 배가의 훈련이 필요한데 여건이 여의치 않은 것이다.
그러나 정교장의 따뜻한 정은 큰 힘이 되었다. 지난해 여름 팀의 기둥인 문경자(2년·1m80㎝)가 빈혈로 쓰러졌을 때 정 교장은 사비로 서울「세브란스」병원에 입원시켜 완쾌케 함으로써 선수들에게 커다란 힘을 넣어주었다. 이 같은 여건 속에 지난 2월 단국대에서 선수생활을 한 장광수씨(38)가 체육교사로 부임, 감독을 맡으면서 최 코치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최 코치의 부친(최경문·67)은 저능아들을 위한 명수학교교장이며 모친(이종렬·64)은 의사. 2남3녀 중 막내여서 양친은 손자보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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