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아이 4세부터 치료해야 또래아이 키 따라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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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안 크는 아이는 사춘기가 끝날 때까지 성장호르몬을 맞아야 정상적인 키로 자랄 수 있다고 설명한는 마틴 새비지 교수.

큰 키가 경쟁력으로 인식되면서 아이의 성장은 부모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최근 성장호르몬 치료의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성장호르몬 제제가 무조건 키를 크게 하는 주사로 오해를 받으며 오남용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장호르몬 치료는 질병이 원인인 저신장 아이에게 효과적인 치료법이며 안전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중론이다. 이달부터 태어날 때부터 성장 지연이 있는 아이들(부당경량아, SGA·Small for Gestational Age)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소아 내분비질환 권위자인 런던대 소아내분비학 마틴 새비지(Martin Savage) 교수에게 성장호르몬 치료의 안전성과 전 세계적인 치료 동향을 들어본다.

-성장호르몬은 무엇인가.

 “호르몬 분비를 총괄하는 뇌하수체(뇌 가운데 있는 내분비기관)에서 만들어진다. 소아청소년기에 가장 많이 분비되는데 질병이 없다면 적절한 운동과 스트레스 조절, 숙면 같은 생활습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성장호르몬은 팔·다리 뼈의 성장판에 작용해 뼈가 자라도록 돕는다. 근육량을 늘리고 지방을 분해하며 단백질 합성을 촉진한다.”

 -성장호르몬 치료가 필요한 저신장 아이는.

 “질병이 있어 키가 잘 자라지 않는 아이다. 전체의 약 3%는 성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는데 100명 중 앞에서 세 번째까지의 아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먼저 뇌하수체의 성장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는 경우다. 이 외에 성염색체 이상이 원인인 터너증후군, 만성신부전증, 출생부터 작게 태어난 부당경량아(SGA)에게 효과적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저신장 아이들(ISS·Idiopathic Short Stature)도 해당된다.”

 -SGA질환은 한국에서 보험이 적용된다. 어떤 질환인가.

 “출생 시 같은 임신주수·성별의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체중·신장이 전체의 3% 이하인 아이가 만 4세 이후에도 여전히 전체의 3% 이하로 작은 경우다. 유럽에서는 2003년, SGA에 성장호르몬 치료가 허가됐다. SGA 아이들은 태어날 때 작지만 대부분 건강해 병원에서는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다 학교에 가면서 또래보다 작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키가 작다는 것을 확신하고, 의사가 SGA란 판정을 내려 성장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SGA의 효과적인 치료 나이와 기간은.

 “치료는 4세부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작게 태어나더라도 따라잡기 성장으로 문제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아이가 4세가 돼도 또래 아이보다 키가 작다면 다른 아이의 키를 따라잡을 수 없다.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고 성장호르몬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대부분 성장호르몬 치료로 또래들만큼 키가 클 수 있다. 치료는 1년 이상 지속해야 한다. 아이의 키가 빨리 크더라도 마찬가지다. 성장호르몬 치료를 중단하면 성장 속도가 느려진다는 결과가 있다. 전문의가 모니터링해 치료가 효과적인지 추적·관찰하고, 효과가 입증되면 사춘기가 끝날 때까지 치료는 지속돼야 한다.”

 -성장호르몬 치료 안전성이 도마위에 올랐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안전하다. 유전자 공학으로 만들어진 순수 단백질이고, 뇌하수체에서 만들어지는 성장호르몬과 구조가 같다. 1985년 유전자공학·재조합형 성장호르몬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수천 명의 아이들이 아무런 문제 없이 안전하게 치료를 받아 왔다. 성인이 돼 부작용이 증명된 확실한 사례가 없으므로 안심해도 된다. 성장호르몬 투여에는 명확한 지침이 있다. 성장호르몬 부족, 터널증후군, SGA 질환 각각에 따른 투여량이 다르다. 이를 지키면 치료는 매우 안전하다.”

 -한약·운동·식사요법이 성장장애아이에게 효과가 있나.

 “질병으로 성장이 어려운 아이에게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성장호르몬 부족과 터너증후군, 만성신부전으로 성장이 느린 아이, 태어날 때부터 작게 태어난 소아지연 SGA 어린이를 말하는 것이다. 이 아이들에게는 성장호르몬 치료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성장호르몬이 부족한 아이에게 한방 치료는 시간·돈 낭비일 뿐이다. 식습관·운동 같은 생활방식이 환자의 건강을 위해 중요하지만 성장호르몬 치료 효과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물론 질병이 없는 건강한 아이라면 운동·식사요법이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성장호르몬 치료 시 유의점은.

 “성장호르몬은 매일 잠들기 전 소량을 피하주사한다. 하루·이틀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지 않는다면 해당 기간에는 효과가 없다. 꾸준한 투여가 중요하다.”

마틴 새비지 교수는

런던대 소아내분비학 명예교수. 30년간 소아내분비 관련 임상을 진행하며 다양한 환자를 치료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성장장애다. 성장호르몬의 분비와 작용기전을 밝히는 성장 장애 연구에 매진했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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