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구호물자 차량 무단으로 우크라 국경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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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구호물자를 실은 차량들이 우크라이나 정부의 허가없이 국경을 무단으로 넘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은 “러시아의 구호물자 트럭 262대가 이날 오후 러시아를 출발해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에 도착했다”며 “이 트럭들은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와 화물 하역 작업을 벌였다”고 전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 트럭들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으로 생필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친러파 주민들을 돕기 위해 식수와 식료품 등을 운송했다.

러시아는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와 구호물자 공급을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수송 루트와 물품 제공 방법 등에 대해 제대로 합의하지 못했다. 협상 타결이 지연되자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정부 동의 없이 무단으로 국경을 넘었다.

이와 관련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우크라이나 측과의 협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며 “주민들의 불편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이 트럭들이 국경을 넘었다”고 밝혔다. 또 “차량에 실린 물자들은 반군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인도주의 활동에 사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과 독일 등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권을 명백하게 침해한 사건”이라고 비난하며 즉각적인 차량 철수를 촉구했다. 러시아가 이를 거부할 경우 추가제재를 경고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차량 철수에 응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는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방 측은 러시아가 구호물자 전달을 명목으로 친러 반군에 군수품을 공급하거나 군인들을 우크라이나에 몰래 파병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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