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CIA(중앙 정보국)가 재기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동안 전세계를 주름잡았던 CIA활동은 지난60년대 미국전역을 풍미했던 반전운동의 불을 끄기 위해 너무 깊숙이 개입한 것을 고비로 이후 계속 위축세를 보여왔었다.
당시 미 CIA는 주요 반전단체는 물론 반전지도자들에 대한 비밀수사를 대폭 강화한 것이 탄로남으로써 「베트남」전쟁에 싫증을 느낀 미국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고 목을 움츠렸던 것.
특히 「카터」 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CIA활동 규제에 관한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인 끝에 「미 대통령 명령 제12036호」를 선포, CIA활동을 공식적으로 규제했다.
「카터」대통령이 선포한 이 대통령 명령은 CIA는 미국 국내에서의 도청·감시임무를 행할 수 없으며 꼭 필요할 경우에는 FBI(연방수사국)에 그런 권한을 부여하도록 못박고있다.
해외에서의 CIA활동은 특별히 규제하지는 않았지만 CIA에 대한 「카터」의 푸대접 때문에 기구와 예산은 점차 줄어들고 심지어는 수 십년 간 미국 정부가 키워온 정보관계 「베테랑」들이 대거 보따리를 싸들고 CIA를 떠나는 사태마저 빚었다.
이 같은 CIA활동의 위축을 반영이라도 하듯 세계각처에서 미국 CIA의「정보부재」현상이 계속 터져 나와 미국 내 보수파들을 긴장시켰다.
멀리는 「베트남」전쟁에서의 「사이공」함락에서부터 「이란」인들의 미국대사관 침입 및 인질사건, 소련의 「아프가니스탄」침공사건, 「쿠바」안의 소련 전투부대 강화, 북괴의 군사력 대폭증강 사실 등이 뒤늦게 폭로 또는 발생되면서부터 미국 안에서는 『CIA는 무얼 하느냐』는 비판의 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와 관련해 새로 들어선「레이건」대통령 정부는 CIA활동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상당히 구체적인 단계에까지 검토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건」행정부가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는 CIA활동강화방안은 10일자 「뉴욕·타임즈」지가 처음으로 폭로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레이건」은 CIA에 해외에서뿐만 아니라 미국국내의 특정인·단체·기업들에 대해서도 도청·감시·내사 등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새로운 「대통령 명령」을 준비중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카터」대통령이 내린 「대통령 명령 제12036호」를 전면 수정, CIA활동에 대해 거의 전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국내에서도 최신 전자장비를 동원한 조사와 탐지행위를 가능케 하는 이 새로운 대통령 명령은 「레이건」대통령이 서명만 하면 기존의 모든 규제법을 초월, 당장 효력을 발생할 수 있게 돼 있다.
CIA강화책은 지난2월 「레이건」대통령의 주재아래 『국제 「테러」방지와 미국내의 외국 「스파이」감시』를 위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처음 거론됐는데 그 이후 CIA고문 「대니얼·실버」를 단장으로 한 CIA·FBI·국방성·국무성 대표들간의 합동 실무반이 계속 회의를 거듭해왔다.
이들이 작성한 16「페이지」에 달하는 「CIA활동강화방안」은 계속 극비로 다루어져 왔으나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즈」등이 그 초안 사본을 입수, 세상에 공포해 버림으로써 CIA간부들을 상당히 당황케 했으나 그 동안 눌려있던 골수 CIA요원들은 내심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
현재의 분위기로 봐서 CIA활동강화책은 빠르면 금년 여름쯤 효력을 발생할 것이며 이 조치는 상대적으로 법무성의 권한을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 보도가 나가자마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소련이었다. 소련관영 「타스」통신은 『미 CIA활동을 규제한다는 것은 허울뿐이며 이 기관은 앞으로 전권을 휘두를 것』이라면서 『73년「칠레」의 「악옌데」정권타도 음모와 76년 「칠레」의 「라티리에」장관이 「워싱턴」에서 피살된 것은 모두가 미 CIA의 활동』이라고 격렬하게 비난했다.
「월리엄· 케이시」CIA 국장은 「보비· 인먼」부국장을 시켜서 보도내용일부를 시인케 하고 곧 상원정보위원회(위윈장 「배리·골드워터」)의 청문회에 출석, 개요를 설명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직 언론기관에 대한 조사여부 규정은 명문화 된 것이 없어서 미국언론들은 비교적 잠잠한 편이나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질 경우 언론·의회·일반여론 등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주목된다.【워싱턴=김건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