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폭등에 서독도 손들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본 로이터=연합】 『「라인」강의 기적』으로 상징되는 서독경제가 최근극심한 경기후퇴속에 진통올 겪고있다. 불과2∼3년전만 해도 일본과함께 서방경제의 부를 독점하고 있다는 비난올 받아온것도 이젠 옛말.
50년대에 명재상으로서 서독경제를 번영과 풍요의 궤도위에 올려놓았던「에르하르트」의 신화가 깨어질 지경에 이르렀다. 그토록 막강하던「마르크」화는 이제「유럽」최약세통화로 전락했으며 매년막대한 흑자를 기록했던 무역수지는 만성적 적자로 반전됐다.
「인플레」는위험수준인6%를 치닫고있으며 실업률은 5년만에 처음으로 l백30만명을 기록했다. 최근 서독정부가 작성한 81년 경제백서는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추가유가인상이 없을경우 무역적자는 지난해보다 5분의1이 준 1백5억「달러」에 이를것이며 국민총생산 (GNP) 은 잘해야「제로」 성장, 사태가 악화될경우 1%의「마이너스」성장믈 기록할것이라고 예고했다.
물론 이같은 불경기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 74년 1차유류파동때도 경제가 약간 뒷걸음질 친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정부가 공식적으로 경제후퇴를 예고하기는 처음이다.
75년의 경제백서가 실제보다 2%나 높은 성장률을 예고했던 사실을 기억하고있는 비관론자들은 금년도 정부의 암울한 경제백서마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슈미트」수상은 비관론자들의 전망을 부인하고는 있으나 금년도 경제전망이 회의적임올 시인하고 있다. 2월초에 열린 업계대표들과의 회담에서 그는 『금년도 경제가 언제 어떻게 회복국면에 들어설지를 예측하기는 아직이르지만 적어도 74∼75년의 불경기때보다는 회복이 빠를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경기회복의 불투명성은 쉽게 이해가된다. 전적으로 수출과 석유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서독은 그들의 경제가 국제적 경기요인에 지나치게 취약하다는 점을 뼈저리게 체험했기 때문이다.
석유소비를 국내「에너지」수요의 절반이하로 떨어뜨렸지만 폭등하는 유가는 이절약분을 상쇄시켜버렸다.
지난해 서독은 석유수입에 총6백억「마르크」(2백80억「달러」)롤 지불했는데 이는 78년보다 2배나 늘어난것이다.
한편 무역흑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여전히 관광등 무역외지출에 막대한 돈을 쓰고있다.
서독의 국제수지적자는「마르크」화를「달러」나, 기타 주요통화에비해 크게 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 서독의 경제를 악화시킨 요인으론 서독이 큰 이해를 갖고있는「폴란드」와 동서 「데탕트」의 장래에대한 우려와 서독보다 이자율이 높은 미국이나 기타국가로 자금이 대량유출되고 있는것을 들수있다.
지난 4개월동안만해도「마르크」화가 「달러」화에 비해 그 가치가 5분의 1가량 떨어졌는데 일부 금융전문가들은「마르크」화의 평가절하를 이야기하고 있다.
또 정부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서독역사상 최초로「마르크」화가 평가절하될것이라는 억측이 심심챦게 나돌고 있다.
서독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모든 경제분야에서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수출이 GNP의 4분의1을 점하고있기 때문에 서독은 자유무역의 이상을 버리고 보호무역주의로 전환하자고 할수도없고 심지어 관광규제를 취할수도 없는 실정이다.
중앙은행은 경기부양을위해 이자율을 내리는것이 당연하지만 외국의높은 이자율 때문에「마르크」화의 가치가 더욱떨어질까봐 단안을 내리지 못하고있다. 또 정부는 장기적안목에서 원자력의보다많은 이용을 권장하고 있으나 집권당인 사민당소속의원까지 포함된 핵반대주의자들의 맹렬한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정부의 경제백서에 뒤이은 연설에서「슈미트」수상은 『불경기에서 헤어나는 유일한 길은 각기업들이 건통적인 창의력과 융통성을 개발하는일』이라고 천명하면서 현재진행중인 연례임금조정에도 언급, 『웬만한 노사관계의 확립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서독노동조합을 주도하고 있는 금속기계노조는 금년도 임금인상률을 8%로 제시했지만 사용자측은 현재 2.5%인상으로 맞서고있다. 노사관계의 불안이「마르크」를 하락시키는 또하나의 요인이 될수도 있지만 현재까지는 특별한 노사불안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당국은「인플레」율정도의 임금인상을 유도하면서 한편으로는 임금노동자들이 실질적인 생활수준의 향상을 기대하지 말것을 촉구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