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유리」연극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화사한 옷차림의 젊은이들이 1백여 평의 강당 무대를 메운다.
두산유리주식회사 (서울당산동5가9의13) 연극반. 일과시간이 끝나면 열띤 연습에 들어간다.
학창시절 재미있게 읽었던『얄개전』을 한 장면씩 나누어 무대에 올린다. 소도구는 연습이라서 의자만 달랑 하나다.
얄개가 매부가 되려는 황국장을 골탕 먹이다 거꾸로 당하는「코믹」한 장면. 얄개를 맡은 조성희양(22·관리과)의 앙칼진 목소리와 황국장역인 김현우군(21·서무과)의 능청스런 표정이 능란한 몸짓과 함께 어울린다.
연극반은 남자사원 4명, 여자 7명 등 11명. 반장은 여고시절 연극 반에서 활동했다는 신경현양(21·품질 관리과) . 2주일에 한번씩 업무가 끝난 뒤인 하오 7시쯤 강당에 모여 연습하며 반장 신양이 연출을 맡는다. 좋은 장면과 멋있는 대사에 열기가 일면 연습이 밤10시까지도 계속된다.
무대연습이 없을 때는 희곡을 읽고 서로 토론하거나 기성연극인들의 연기를 분석해 익힌다.
두산 연극반이 생긴 것은 75년. 바쁜 회사업무 사이사이 틈을 내 꾸준히 연습을 거듭해오다 79, 80년 2차례에 걸쳐 사내공연도 가졌다.
지난해 11월 『얄개전』을 공연, 회사간부들로부터 『「프로」급』이라고 칭찬을 받자 한껏 마음이 부풀어 말끝마다 연극자랑이다.
연극반은 누구나 참여 할 수 있고 돈도 들지 앓는다. 여직원들은 평상복이나 명절 때 입는 한복 등을 무대 복으로 사용했고 남자반원도 평상복이 바로 무대복.
현재는 업무 부서 직원들만으로 구성돼 있으나 앞으로 현장 부서 70여명의 여직원 등 타부서 직원에게도 문호를 개방할 예정이다.
매년 연말 한번씩 공연할 예정이지만 올해에는 지난해의「성원」에 힘입어 올 어린이날에도 공연을 가질 계획.
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바쁜 업무 속에 시간을 내 자주 만나는 것.
그러나 『바쁜 속에 만나니 더욱 반갑고 정들어 야릇한 심정이 된다』며 깔깔대는 웃음 속에 열심히 일하는 젊음을 엿볼 수 있다. <진창승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