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이석기 중심 집단선동", 통진당 "실체 없는 RO 자꾸 언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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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실체 없는 혁명조직(RO·Revolution Organization)만을 계속 언급하고 있다.”

 12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법정에서 열린 정당해산심판사건 12차 변론기일에서 통합진보당 측은 법무부 관계자들을 거세게 밀어붙였다. 법무부가 통진당 활동의 위헌성을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증거들을 논박하면서였다. 법무부는 이날 “통진당의 사법부에 대한 인식을 뒷받침한다”는 설명과 함께 국회에 최루탄을 투척한 혐의로 집행유예 확정 판결을 받은 김선동 전 의원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의원직을 상실한 김 전 의원이 당시 “일제시대 판결”이라고 폄훼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그러자 통진당 관계자는 “오히려 법원에서 실체 인정도 안 된 RO를 법무부 측이 계속 언급하는 것이 사법부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지난 11일 통진당 이석기(52) 의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서울고법 형사9부가 증거부족을 이유로 RO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내란음모 혐의 무죄를 선고한 게 근거가 됐다.

 통진당 측은 법무부가 지나치게 많은 자료를 증거로 제출하고 있다는 점과 ‘당 최고 강령인 진보적 민주주의가 실제로는 북한의 지령에 따라 김일성 사상을 도입한 것’이라는 법무부 주장을 문제 삼았다.

 한 대리인은 “수많은 자료를 던져놓고 여기에 통진당의 숨은 목적이 들어 있다고 주장한다”며 “논리적 입증은 없이 이른바 ‘관심법’을 통해 숨은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는 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후고구려를 건국했던 궁예가 사람의 마음을 읽을 때 썼다는 비법이 관심법이다.

 반면 법무부는 전날 법원의 판결 결과로 달라진 게 크게 없다고 맞섰다. RO의 실체는 인정되지 않았지만 통진당 경기도당원들 중 이석기 의원을 정점으로 하는 집단이 내란선동을 한 점은 인정됐다는 판단에서다. 정점식 법무부 위헌정당대책전담(TF)팀장은 “ 민주노동당이 통진당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NL(민족해방)계열 중심의 강경세력이 주도권을 장악한 점을 입증한다는 기본방향에는 변함이 없다” 고 설명했다.

 한편 법무부는 이날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는 1980년대 주체사상 학습서인 『강철서신』 저자다. 한때 반국가단체인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의 핵심 중앙위원장이었다가 전향했다. 법무부 측은 “민혁당 주요 구성원이 RO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RO 구성원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석기 의원도 민혁당 경기남부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붙잡혀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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