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회의의 발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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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 헌법에 따른 국회구성까지 입법부의 기능을 대항할 국가보위입법 회의가 새 헌법이 공포된 27일부터 신속하게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국회기능을 잠정적·과도적으로 대항한다고 하지만 앞으로 수행할 과업을 생각하면 입법회의는 평상시의 국회 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하게된다. 평상시의 국회는 이미 형성된 정치 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지만 이번 입법회의는 정치질서 형성자체를 결정·규율하는 작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구 정치인 중 정치를 계속할 수 있을 사람과 없을 사람을 구별하는 정치풍토 쇄신 특별법의 개정을 비롯하여 앞으로의 정당과 정치자금·선거 등의 존재양식·활동양식 등 규정할 각종 입법이 모두 입법회의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새 헌법이 설계한 제5공화국 정치질서의 구체화 작업이 바로 입법회의에 달렸고, 여기에 온 국민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발표된 입법회의 법을 보면 이 과도적이지만 막중한 임무를 수행할 입법기구가 가능한 최대한으로 국민대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그 구성면에서 각계인사를 골고루 인선함으로써 가급적 국민대표기능이 발휘되게 됐고 입법의원에 대한 면책특권·불체포특권 등을 부여함으로써 회의 운영의 활성화·자율화를 보장하려 했다. 나아가 국무위원 출석요구권·국정조사권을 부여했고 의사 공개주의를 채택하는 등 실제 운영에 있어서 국회와 다름없이 돼있다.
10월 유신 직후의 비상국무회의를 기억하는 국민들 중에는 이번 입법회의 역시 그때처럼 중요한 입법사항이 정부편의대로 결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인데 이 같은 입법회의법을 보고는 적잖이 안도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정치활동의 재개와 내년의 양대 선거의 실시에 필요한 불가피한 정치관계입법과 이미 시일이 촉박해진 올해 추예안 및 내년예산안, 그리고 기타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곤란할 사항 등으로 입법회의의 심의·처리대상을 한정하더라도 그 작업량은 방대하고 일할 기간은 오히려 충분치 못하다.
당부코자 하는 것은 법률이란 만대에까지도 남을 그 시대의 한 결정이란 점에서 언제 누가 보더라도 떳떳한 법을 만든다는 자세로 임해달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용관적 채당성 있는 기준과 공명정대한 입장이 요구된다.
우리는 입법회의가 각계에서 비교적 골고루 인선되고 자율적 운영이 보장된 것을 환영하면서, 아울러 수행해야 할 과업의 중대성에 비추어 국민기대에 성실하게 부응하는 자세로 최선을 다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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