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아물어 가지만…|「사북사태」한달… 현지의 실정과 남은 문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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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해발 7백m, 검은 먼지가 날리는 광산촌이 오늘따라 바람 한점없고 맑다. 이른 아침 6시30분부터 사택촌을 나선 갑반광부들이 광산으로 향하는 언덕길을 오른다. 사북사태가 일어난지 20일로 극 한달째. 지난달 20∼22일 악몽같은 소요가 휩쓸었던 강원도정선군사북읍사배리 동원탄좌 사북광업소는 이제 평온을 되찾았다. 광부들과 회사측, 그리고 노조는 격랑이 휩쓸고간 자리에서 재기를 위한 공동노력을 펴고있다. 광업소측은 소요때 파괴된 광업소건물·노조건물·직원사택등과 갱도내부를 90%이상 복구하고 정상채탄작업에 들어가는한편 광부복지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광부들도「우리작업장은 우리힘으로 재건하자」는 구호를 내걸었다.
말썽을 빚었던 노조도 조합 운영공개등 자체정화와 개편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광부들의 가슴을 무겁게하고 있는것은 48명의 연행 광부문제. 광부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이 나쁜 근로조건에 시달리던 광부들이 몇몇주모자급에 휩쓸렸다는 점을 감안하여 관대한 처벌을 바라는 한결같은 마음이다. 사북사태한달― 현지의 모습을 살펴본다.

<복구>
이번사태로 사북 광업소가 본 피해는 모두 15억7천5백만원. 그 중 건물·생산기재·갱내붕괴등 직접피해는 3억5천만원이고 나머지는 생산중단으로 인한 감산11억7백만원, 노임1억1천8백만원등간접피해다.
광업소는 광업소건물 1백90평을 비롯한 건물3백75명, 간부사택13동등 건물 피해와「가스」검증기, 산소호흡기, 굴진용「비드」등 기자재피해는 지난10일부터 자재를 구입 복구작업에 나서 20일현재 거의 복구했다.
광업소측은 사고가 나자 제일먼저 생산과 직결되는 갱내침수·붕괴보수에 나서 지난달26일 50여명의 갱내점검반을 편성, 갱내조사를 했고 27일부터 복구와 함께 채탄에 들어가 5월4일에는 소요전수준인 1일 4천5백t을 생산해내 정상채탄이 되었다.
갱내부는 9일동안 작업을 하지못해 총11만m의 갱도중 3O%정도가 침수·붕괴되어 현재까지 90%점도 복구되었다.

<복지문제>
사북사태의 근본원인은 광부복지시설미비에 있었다. 정부는 이같은 점을 감안, 3억2천만원을 들여 올해6월 목욕탕·이발소·휴게실등을 갖춘 4백평규모의 복지회관을 착공, 연내완성할 계획이다. 또 광업소측도 82년 1천명이쓸수있는 목욕탕을 세울예정이다.
그러나 광업소측은 당장 시급한 북부·중앙등 5개사택촌의 목욕탕·공동변소개조등에 대한 예산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광부들은▲사택촌단위휴게실건립▲현재의 목욕탕전면개조▲위생적인 공동변소▲사택건물의 방음시설 마련등을 요구하고 있다.
광부 엄춘선씨(40·중앙사택) 는『일하고 들어와 몸을 깨끗이 씻지못하고 옆집의 소리가 그대로 다들리는 환경에서 어떻게 살수 있느냐』고 했다.
엄씨는 또 사택촌단위로 휴게실을 만드는것도 시급하다고했다. 광부들이 쉬고 즐길곳이 생겨 술을 마시지않게되면 건강유지도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복지문제와 함께 광부들은 회사측이 인간적으로 광부들을 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위「암행어사」로 통하는 업주측이 내보낸 사람들이 광부들의 작업현장을 감시하고 회사측이 그보고에 따라 감봉하는등의 일은 없어져야한다고 광부들은 말한다.
회사측온 이에대해 앞으로 반상회등에회사간부를내보내 애로점을듣는등 광부와의 대화폭을 넓힐방침이다.

<부상자>
숨진 이덕수순경을 비롯하여 이번사태로 모두1명이 사망하고 92명(경찰79명, 광부·민간인13명) 이 부상했다.
이중 노조지부장 이재기씨부인 김순이씨(47)와 홍응수장성서장은 서울에서 치료를 받고있고 사북읍동원병원에 아직 경찰1명이입원하고 있다.

<노조>
이재기지부장이 사표를낸채 수사반에 연행되어부지부장 홍금종씨 (43) 가지부장직무대리를 맡고있다. 노조측은 늦어도 5월중대의원대회를 열어 새지부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사북사태의 직접원인이되었던 노조내부싸움과 간부들의 부패에 대해 노조측은 책임을 동감하고 자체정화에 나서고있다. 이들은 우선 이번선거를 타락상없이 치르도록 힘쓰고 노조내부의 갖가지 부조리를 제거하겠다는 각오다.
이형윤씨 (44·복지부장)는『앞으로는 1개마다「동원노조소식」이란「팜플렛」을 만들어 노조운영실태를 그때그때 공개하겠다』고밝히고있다. 또 지금까지 대위원들이 참석하던 노사협의회에 일반광부대표를 내보내 광부들이 직접 회사측과 마주앉게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고했다. 이렇게되면 노조에 대한 불신을 없애고 광부들이 적극적으로 노조일에나서는 풍토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당면문제는 3월 임금 20%인상에 이어 탄가인상에따른 추가 임금인상교섭. 노조측은 10%선은 꼭 이루어야겠다고 다짐하고있다. (회사측은 8%선)

<광산촌 주변>
이번소요는 광부들에제도 지금까지의 생활태도를 바꾸어야한다는 자각을주었다.
저녁이면 붐비던 사북읍앞 술집이 한산해졌다.
『하루살이처럼 사는 생활태도는 버려야겠읍니다.』
650갱에서 일하는 김기영씨 (36) 는 일이 끝나면 꼭마시던 한잔술을 끊겠다고 했다. 빠듯한 살림이지만 저축을 하기로했다.
광부들과 광부부인들은 정부와 광업소측이 계획하고있는 복지회관에 부인들을 위한 부업교육등 각종강좌등도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광부들은 술로, 부인들은 날로 뒤틀렸던 가정생활이 조금은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갖고있는 것이다.

<남은 문제점>
사북광업소는 일단 평온을 되찾았으나 광산촌에 남은 문제는 아직도 많다. ▲노동강도에 비해 낮은 임금수준 ▲월 2회밖에 되지않는 휴일 ▲부엌하나·방하나로 8평밖에 되지않는 사택등 제도화 되지않은 후생복지 ▲노조를 어용화하려는 탄광주들의 책동 ▲원시적인 작업환경 ▲규폐환자에 대한 치료소홀등 일일이 손꼽을수 없을 정도.
광부들은 적어도 월4회 휴일은 주어야 한다. 현재의 월2회로는 건강을 유지할수없다. 또 규폐환자는 폐결핵과 합병증이 일어나 치명적이 되어야만 치료해주는 현제도를 고쳐 의증이 생기면 곧 치료해야한다. 광부들의 건강이 유지되지 않고서는 석탄생산도 불가능하다.
임금문제는 정부의 석탄정책이 바뀌어야한다는 소리가 높다. 석유위기와 함께 80년대에 석탄의 중요성이 높아진다면 이러한 시책은 꼭 필요하다. 【사북=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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