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석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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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은 의주와 웅기, 두 곳에 저유소를 갖고 있다. 의주근교의 백마리에 있는 봉화화학공장과 웅기의 승리화학공장.
의주는 바로 중공대륙으로 이어지는 교두보이며, 웅기는 함북 최북단의 항구로 소련과 연결되는 관문이다6 북한이 어떤 경로로 석유를 들여오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의주와 중공의 대경유전사이엔 이미 송유관까지 설치되어 있다.
웅기의 승리화학공장은 연간 정유생산능력 약2백만t, 의주의 봉화화학공장은 이보다 다소 큰 규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봉화공장은 지금 1단계 공사가 끝난 상태로 아직은 1백50만t의 생산능력밖엔 없다. 이 공장이 3단계 공정까지 끝내면 2백50만t까지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연간 석유수요량을 약5백만t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 가운데 3백만t은 대경으로 부터 송유관을 통해, 그리고 1백만t은 소련으로부터 공급받는다고 한다. 나머지 1백만t은 제3국이 공급해 준다.
우리의 석유수요량에 비하면 11%에 지나지 않는 소량이다. 그쪽의 살림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그나마 요즘 외신에 마르면 북한은 원유부족으로 곤경을 치르고 있는 모양이다. 동경에서 발간되는 「저팬·포스트」라는 한 월간 정보지에 따르면 중공의 원유공급중단에 따라 북한은 심각한 석유위기를 겪고 있다고 한다.
중공의 석유매장량은 미국CIA보고서에서 세계 제3위, 약3백90억「배럴」로 추정한 일이 있었다. 하루 생산량은 2백만 「배럴」정도. 이 가운데 10%를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의 화국봉은 모택동과는 달리『정권은 석유관에서』라는 「모토」로 유전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련은 석유생산량으로는 단연 세계 제1위. 따라서 원유수출도 활발하다.
문제는 이들이 어깨서 북한에 석유공급을 줄였을까 하는 데에 있다. 필경 외화에 궁한 북한측에도 문제는 있을 것이다. 더구나 중공과는 물물교환형식을 유지해왔는데 북한의 원자재라는 것이 중공으로는 별로 매력이 없는 것들이라고 한다.
그러나 경제적인 측면만으로는 진상을 알 수 없다. 소련이나 중공도 석유를「정치무기」 나 『외교적 미끼』 로 사용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석유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북한이 취할 「외교적인 제스처」가 무엇인가를 상상해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석유는 국제정치의 맥락과 방향감각을 짚어보는 나침반의 구실도 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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